"리뷰를 시작한 이유는 순전히 호기심 때문이었어요. 어릴 때부터 영화를 보면 내가 왜 이걸 재미있다고 느끼고, 재미없다고 느끼는지 궁금했죠. 그 원인을 찾다 보니 지금 여기까지 오게 됐습니다."
↑ 영화 리뷰 유튜버 '발 없는 새' 배재문 씨 /사진=MBN |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은 많지만, 영화 평론을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글이 아닌 ‘영상 리뷰’ 라면 더욱 그렇다. 글로 하는 평론에 이동진이 있다면 영상으로 하는 평론엔 ‘배재문(발 없는 새)’이 있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현재 25만 명의 구독자수를 보유하고 있는 배재문 씨는, 평론에 가까운 리뷰를 선보이는 것으로 입 소문이 나있다. 특히 마블과 DC 같은 ‘블록버스터 영화’에 대한 인기가 대단하다. ‘닥터 스트레인지’ 리뷰 영상은 조회 수 80만회를 넘어섰다.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의 영상도 51만회를 육박했다. 조회 수에서 알 수 있듯 그의 주특기는 ‘히어로 물’이다. 토르, 데드풀,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등 히어로 영화의 평균적 조회 수는 30만회를 웃돈다.
가장 최근 업로드한 ‘퍼시픽 림: 업 라이징’ 편은 하루 만에 조회 수 10만회를 돌파했다. 히어로 영화가 개봉할 때마다 그의 영상을 기다리고 정기적으로 찾는 팬들이 그만큼 많다는 증거다. 대중들이 선호하는 히어로 물뿐 아니라 현재 상영작, 상영 예정 작품까지 그의 시각을 거친다면 같은 영화도 한층 풍부하게 느낄 수 있다.
■ 시네마 천국의 ‘토토’를 보며 자라다
“토토, 네가 영사실 일을 사랑했던 것처럼 무슨 일을 하든 네 일을 사랑하렴”
알프레도가 어린 토토를 향해 했던 말이다. 시네마 천국의 주인공 ‘토토’ 와 유투버 ‘배재문’은 꽤 닮아있다. 영화에서 인생을 배우는 ‘토토’의 모습은 초등학생 배재문에게 큰 영감을 줬다. 가장 좋아하는 영화를 묻는 질문에 주저 없이 “1위는 시네마 천국”이라고 답한 그.
짧은 대화에도 영화에 대한 애정과 지식이 묻어나는 건 영화와 함께한 헤아릴 수 없는 시간을 짐작하게 한다. 평범한 직장인이 지금의 ‘발 없는 새’가 되기까지 그 시간들을 담아봤다.
■ 유튜버 이전의 배재문?
영화 리뷰를 시작하기 전 그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S모 기업에 다니다가 영화 관련 쪽에서 일을 했고, 블로그에 영화 관련 글을 올렸었다. 8년 정도 블로그를 하다보니 “할 수 있는 건 다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서히 매너리즘에 빠지던 차에 돌파구가 되어 준 것이 ‘유튜브’였다. ‘발 없는 새’라는 이름은 영화 <아비정전> 속 대사에서 따온 것이다.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움을 상징하는 것 같아 마음에 들었다고 한다.
■ 글로 쓰는 리뷰에서 영상으로 말하는 리뷰까지
“쉽게 말하면, 소설과 잡지의 차이예요. 글이 위주가 되는 블로그는 제가 하고 싶은 얘기를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하지만 영상은 다릅니다. 영상으로 넘어오면서 하고 싶은 얘기를 다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블로그와 유튜브의 차이점에 대한 배재문 씨의 답이다. 10분을 넘기는 영상은 부담스럽기에 압축적인 영상만 올리는 것이 그에겐 가장 아쉬운 부분이다. 보통 이런 10분 정도의 영상을 완성하기까지 3일 정도 걸린다. 유튜브의 장점엔 ‘파급력’ 이라고 했다. 영상으로 설명하기에 영화를 봤든 안 봤든 줄거리가 더 빨리 와 닿는 측면도 있다.
↑ 영화 리뷰 유튜버 배재문 씨가 사무실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MBN |
■ 대중성과 다양성, 그 사이에서
“대중성과 다양성 사이의 타협점을 찾는 것은 여전히 힘든 것 같습니다. 쉽게 말하면 멀티플렉스 운영자가 된 것 같은 기분이에요. 여러 영화를 상영하고 싶지만 보는 사람이 없으니까 상업영화, 블록버스터 영화에 치중하게 돼요. 좀 더 여유가 생기면 이런 부분에 연연하지 않고 싶은 꿈은 있습니다.”
유투버로서의 고민도 있다. 영화를 사랑하는 그에게 대중성이 주가 되는 영화만 올리는 것은 어딘가 마음이 불편하기 때문이다. 다양성 영화를 다루지 못하는 것에 대한 자괴감도 있다. 굳이 다양성 영화를 안고 가야 하냐는 질문에 단순 명쾌하게 답을 내놓았다. “영화니까”.
■ “깊이 있는 지식을 쉽게 전달하는 것”
배재문 씨의 경쟁력을 묻는 질문에 ‘백종원’을 예로 들었다. 쉽게 말하지만, 결코 얕은 지식은 아닌 깊이와 열정이 있는 대중적인 리뷰를 만드는 게 그의 목표다. 영화 유튜버를 꿈꾸는 이들에게는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걸 하라”고 했다. 영화를 좋아해서 영화 유투버를 하게 되더라도 그 안에서 자신이 ‘개성’을 갖고 표현할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살아남으려면 색깔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 영화 리뷰 유튜버가 말하는 BEST MOVIE 3
△1위 ‘시네마 천국’
△2위 ‘스타워즈’
△3위 ‘영웅본색’
그는 마치 정해진 답을 말하듯 순위를 매겼다. ‘명작’이라고 생각하는 영화는 단연 ‘다크 나이트’. 최근 영화로는 ‘로건’이 있다. 그는 이 영화들이 21세기 슈퍼 히어로가 ‘우리에게 어떤 모습으로 비춰지고 있는가’를 잘 보여준 작품이라고 말했다.
“영웅주의의 재정립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해요. 영화 ‘헝거게임’에서 캣니스가 자신이 영웅으로 떠오른 후에 굉장히 괴로워합니다. 이런 영웅들의 모습이 지금 시대의 사람들에게 알려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더 이상 슈퍼히어로에게 맡겨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우리’도 함께 나서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이 21세기 슈퍼히어로 영화의 특징이죠.”
■ 앞으로 배재문(발 없는 새)의 미래는?
그는 ‘색깔’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대중들이 자신을 떠올렸을 때 “이 사람은 이랬지”라고 기억되길 소망한다. 한 가지 인생 목표는 배우 겸 가수인 ‘수지’와 인터뷰를 하는 것이다. 수지와 1:1 인터뷰를 하면 채널을 폐쇄하고 떠나겠다고 말한 적도 있다. 그의 사무실 책상과 벽면에 있는 수지의 굿즈(?)들이 그의 애정을 여실히 보여주는 듯하다. 지금도 그날만을 꿈꾸며 살고 있다.
↑ 영화 리뷰 유튜버 배재문 씨가 사무실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MBN |
[MBN 뉴스센터 송서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