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한국인 최초로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 조성진(23)은 지난 4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세계 최강 악단 베를린 필하모닉과 처음으로 협연하며 또 한 번의 큰 도약을 했습니다.
까다롭기 그지없는 베를린 필의 협연자로 선택됐다는 것 자체가 세계 무대에서의 조성진의 음악적 위치를 가늠케 합니다.
조성진은 15일 연합뉴스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베를린 필과의 연주는 어린 시절부터의 꿈이었기에 매우 뜻깊었다"는 소감을 밝혔습니다.
그는 이날 손 부상으로 공연 취소한 랑랑 대신 베를린 필 무대에 투입돼 라벨의 피아노 협주곡을 연주했습니다.
그는 프랑스 유학 시절 베를린 필의 파리 공연을 열심히 찾아가던 '팬'이었습니다.
"항상 베를린 필의 연주를 들으면서 느끼는 건 악장 개개인의 능력이 뛰어나고, 음악적 개성이 뚜렷하다는 점입니다. 각자의 개성이 조화를 못 이룰 수도 있는데, 베를린 필은 이러한 상황에서도 조화를 이뤄내는 몇 안 되는 오케스트라입니다."
늘 조용한 듯 차분해 보이는 그도 이번 무대만큼은 많이 떨리지 않았을까.
그는 "사실 쇼팽 콩쿠르 이후에는 극도의 긴장감을 느껴본 적은 없다"고 답했습니다. "쇼팽 콩쿠르가 저를 단련시킨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또 연주회는 제가 좋아서 하는 것이라서 행복감을 느끼면서 무대에 오릅니다."
그는 베를린 필과 베를린에서의 공연 이후 프랑크푸르트, 홍콩을 거쳐 19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도 함께 섭니다.
한국에서 그는 클래식 연주자 중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출중한 연주력에 조용하고 바른 성품, 여기에 소년 같은 외모로 젊은 여성 팬들에게 특히 인기가 많습니다.
그가 출연하는 공연은 협연과 독주 공연을 모두 가리지 않고 수 초, 수 분 내 매진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클래식계 일각에선 이런 현상에 대해 '연주가 아닌 스타를 따라 다닌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합니다.
그러나 조성진은 이에 대해 "음악을 모르는 사람들은 연주회를 보면 안 되느냐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 말했습니다.
"어느 연주회를 가든지 홀 안에 있는 관객 2천명 모두가 음악적으로 전문적이진 않습니다. 저 역시 관객을 즐겁게 하려고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작곡가가 쓴 위대한 작품들을 연주하면서 행복감을 느끼기에 연주를 합니다. 피아노가 좋고, 공연장 어쿠스틱(자연음향)이 좋고, 관객이 내 연주에 집중을 해주면 좋습니다. 그 관객이 누구인지, 어떤 이가 들어오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는 쏟아지는 관심 속에서도 묵묵히 연주자로서의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습니다.
그가 늘 "꿈"이라고 말했던 뉴욕 카네기홀 데뷔와 베를린 필 협연 무대를 올해 모두 이뤄냈습니다.
그에게 최종적으로 이루고 싶은 꿈이 무엇인지를 물었습니다.
"제게는 꿈이 세 가지로 분류됩니다. 피아니스트로서의 커리어, 음악가로서의 꿈, 그리고 인간 조성진으로서의 꿈이 그것입니다. 피아니스트로서 제 꿈이었던 카네기홀에서의 독주회와 베를린 필 협연을 올해 이뤘기 때문에, 앞으로의 꿈은 재초청을 받는 것입니다. 음악가로서는 항상 발전하는 연주를 하고 싶어요. 테크닉적으론 젊은 지금이 절정일 수 있겠지만, 음악가로서 끊임없이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인간 조성진으로는 행복하게 살고 싶은 게 꿈입니다. 건강도 중요한 것 같고, 남을 돕는 것도 행복한 삶을 이루는 데 중요한 부분이
한편, 오는 19일 예술의전당 무대에 서는 베를린 필은 조성진의 라벨 피아노 협주곡 이후 2부 프로그램으로 브람스 교향곡 4번을 연주합니다.
20일에는 작곡가 진은숙이 래틀의 위촉을 받아 쓴 신작 '코로스 코르돈'과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3번 등이 연주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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