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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이름 윤태영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필사'로 유명하다. 노 전 대통령 생전 당시 옆에서 말과 글을 옮기는 일에 전념했지만 2009년 대통령 서거를 계기로 몸과 마음의 병을 얻게 되고 그 후 자신을 돌아보기 시작한다.
'아는 게 재주라서 미안합니다'는 윤태영 전 대변인이 인생과 관계, 행복에 관해 일기처럼 쓰기 시작한 이야기들의 묶음이다. 연설문 작성자로, 기록자로 살아오며 노 전 대통령의 말과 글을 옮기는 일에 전념해 왔던 저자의 자기 이야기라는 점이 흥미롭다.
윤 전 대변인은 자신의 분신인 '불출 씨'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아재'의 평범한 일상과 자신이 경험한 정치판의 이야기, 세상사에 대한 생각 등을 잔잔하게 풀어낸다.
치열한 정계에서 내려온 후,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삶은 더없이 소박하고 잔잔하게 흘러간다. 길고양이들에게 참치캔을 따서 주며, 주말에는 평화로움을 위해 강아지들과 산책을 하고 레이 브래드버리의 '만화경'을 보고 행운과 불행 사이를 고민한다.
밤낮없이 일해 회사의 중역이 됐지만 집안에서는 어느새 집안의 이방인이 되고 결국 존재감이 없어지는 불출 씨, 지방으로 조문 가면서 교통비와 부의금의 수지 타산을 따져보는 불출 씨의 모습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재' 그 자체다.
지난해 '대통령의 말하기'와 올해 장편소설 '오래된 생각'을 내놓은 윤태영 작가의 첫 번째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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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킨 전 컬럼비아대 교수는 미국에서 태어나 일본에 귀화한 문예평론가로 신간 '메이지 시대'는 천황을 중심으로 일본 근대화의 안팎을 파헤친다.
역사상 가장 극적인 시간이며 문명 충돌의 실험장이었던 메이지 시대의 다른 시각이다. 메이지 일왕 시기 일본은 바쿠후(幕府·무사정권) 체제를 끝내고 왕정으로 돌아가는 메이지유신을 추진하며 근대화에 나선다.
메이지 유신의 주역들이던 사이고 다카모리는 반란을 일으켰고, 오쿠보 도시미치는 암살됐고, 기도 다카요시는 유신에 회의를 품고 병상에서 죽었다. 그럼에도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일본의 근대화는 외형적으로 성공했지만, 결국 전쟁의 참화를 부른 실패로 귀결된다. 저자 역시 일본의 근대화 과정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조선을 식민지로 삼고 중국을 침략한 사실에 대해 비판한다. 유신 주도 세력들이 근대화와 부국강병을 추구한 과정에서 발생한 다양한 일화를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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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사랑하는 연인에 상처받고 때로는 자신의 마음이 흔들려 혼란스러워 본 경험은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사랑을 한다. 왜?
심리학, 행동유전학, 사회학, 종교학, 곤충학, 성 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그 이유를 분석했다.
그런데 이 책은 결혼 이후의 사랑을 말한다. 불륜에 대한 도덕적 가치 판단과 결혼 제도는 잠시 접어두자. 인류의 역사에서 불륜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에 대해, 그것이 가장 인간적인 행위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책의 부제가 보여주듯 '인간 본성과 불륜에 대한 가장 지적인 성찰'을 담고 있다.
인간의 본성과 불륜의 심리에 대해 호기심은 누구나 갖고 있다. '우리는 왜 사랑을 반복하는가'가 일본 아마존 사회심리 분야에서 1위를 차지한 이유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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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작품 활동을 시작한 박신규 시인. 문학 분야 편집자로 일했고 지금은 편집자문위원 직함으로 창비의 시 애플리케이션 '시요일' 개발과 운영을 책임지고 있다.
시인이 오랜 시간 다듬어온 목숨 같은 말들에 더하여 삶의 현장에서 우러나는 피 터지는 절실한 언어가 숨 쉬는 소리 없는 절창의 시편들이 가슴 저릿한 감동을 자아낸다.
삶을 압도하는 죽음에 관한 시인 특유의 인식이 곳곳에서 발견되는데 삶과 죽음의 경계를 물끄러미 응시하며 '전생에서 버림받은 말'들을 살려낸다.
'죽을 만큼 아팠다는 것은/죽지 않고 살아남았다는 것'이란 시은의 표현이 그렇다. 또 '그늘진 말'들에 꽃을 피우는 마음으로 "가장 아름다운 것에서 가장 슬픈 것을 건져낸다.
4부로 나눠진 60편의 시는 주변의 모든 것이 변모하는 가운데, 죽어도 죽지 않는 삶의 풍경을 오래도록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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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사설 교육기관이자 500년 선비문화의 도량인 서원을 정리했다. 한국의 전통문화에 천착해 온 허 균 한국민예미술연구소장이 쓴 '한국의 서원'은 '넒고 깊은 사색의 세계'라는 부제가 말하듯 작가는 전국의 서원을 답사한 후 '서원이 단순한 역사적 공간이 아니라 건축물 하나 나무 한 그루에 깃든 선비들의 정신을 기린다.
자연 속에 자리 잡은 서원은 궁궐이나 종묘처럼 웅장한 규모와 화려한 장식은 없지만 조선시대에 정치·문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 선비들은 배움의 길이 책에만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들은 먹고, 자고, 쉬는 등 생활하는 모든 것에 배움의 뜻을 담아내려고 했다. 서원이 산수에 있거나 흐르는 물 사이에 있는 이유다.
서원의 교육 목표 중 하나가 심성을 맑게 하고 인간의 본성을 되찾는 심신 수양에 있기 때문이다. 서원의 모든 공간에는 교육 철학과 목표가 담겨있고 공부를 할 때는 물론, 잠을 자
전국에는 600여 개의 서원이 분포돼있지만 보존가치를 인정받아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등록된 소수서원 남계서원 옥산서원 도산서원 필암서원 도동서원 병산서원 무성서원 돈암서원 등 9개 서원에 대해 안내한다.
[MBN 문화부 이상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