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작 리뷰] 골 때리는 영화 ‘아이 캔 스피크’ 웃음+감동 다잡았다
↑ 아이 캔 스피크 |
"할머니, 영어를 왜 배우시는 거예요?"
"할 말이 있어서 그런당께~ 각오혀!"
원칙주의자 민재(이제훈 분)의 물음에 옥분 여사(나문희 분)는 구수한 목소리로 답한다. 할 말이 있다고. 정말 그랬다. 옥분이 영어를 배우는 이유에는 다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다.
영화 ‘아이 캔 스피크’(감독 김현석)는 9급 공무원 민재에게 영어 강습을 받는 옥분의 이야기를 그린다. 그 과정에서 둘은 나이를 뛰어넘는 우정(?)을 나누며 관객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선사한다. 평범할 수도 있겠다. 그 동안 젊은이와 노년의 우정을 그린 영화는 꽤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겉 모습만 보고 그저 그런 영화로 판단한다면 큰 오산! ‘아이 캔 스피크’는 코미디를 겉면에 내세웠지만, 알고 보면 뒤통수를 '제대로' 때리는, 한마디로 골 때리는 영화임엔 틀림이 없다.
↑ 아이 캔 스피크 |
'아이 캔 스피크'의 중의적 의미
옥분은 구청 공무원들의 기피 대상 1호다. 동네를 이리저리 다니면서 사소한 것 하나까지 트집을 잡아 민원을 제기하기 때문. 그녀가 떴다 하면 공무원들은 이리저리 핑계를 대며 숨기 일쑤다. 그런 와중에 새로 발령받은 민재는 옥분의 어마어마한 민원 제기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오히려 "할머니, 민원 신청서 쓰셨어요? 순서 지켜주세요"라며 옥분의 심기를 건드린다. 영화 초반까지만 해도 옥분과 민재의 신경전은 계속된다. 그러다 옥분의 레이더망에 유창하게 외국인과 대화하는 민재의 모습이 걸린다.
그때부터 옥분은 줄기차게 민재를 쫓아다니며 "영어 좀 가르쳐줘"라고 조른다. 어찌보면 막무가내인 옥분의 모습. 그러나 연민이 든다. 영어학원에서는 학습 분위기를 망친다며 옥분을 쫓아내고, 그나마 독학으로 기초를 다지긴 했지만 말 한마디 떼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영화 초반에는 노인으로서 영어 배우기가 녹록치 않은 상황이 연속된다. 하지만 결국 민재의 도움으로 옥분은 유창한 영어 실력을 갖추게 된다.
이쯤 되면 '뭐 그냥 할머니가 영어를 배우며 성장해 나가는 영화 아니야?'라는 의문이 들 터. 하지만 이 영화, 영어라는 소재를 정면으로 내세운 것 같지만 극 중 후반으로 달려갈수록 엄청난 반전이 숨겨져 있다. 그 반전이 공개되는 순간 차오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할 것이다. 스포일러 방지(?)를 위해 이쯤에서 말을 아끼겠지만,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레딧이 오르는 순간에 먹먹해진 감정을 추스르는데 조금 시간이 필요할 터.
극 중 민재로 분한 이제훈은 MBN스타와의 인터뷰에서 '아이캔스피크'에 대해 "따뜻한 위로가 될 수 있는 영화"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역사에 대한 아픔을 등한시했던 부분에 대해 영화가 작은 씨앗이 될 것이다. 영
그의 말에서 자그마한 힌트를 찾을 수 있다. '아이캔스피크'는 사회적 한계에 부딪히는 노년에 따뜻한 위로를, 옥분의 사연을 통해 등한시 했던 역사적 사실 속 개인을 위로하게 만든다. 119분. 12세 이상 관람가.
[MBN 뉴스센터 박해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