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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이스서울 갤러리 |
올해 초만 해도 한국에 속속 상륙하고 있는 외국 유명 갤러리의 성공 가능성에 부정적이었던 국내 화랑들의 태도가 180도 변했다. 지난 3월 서울 이태원에 개관한 미국 페이스 갤러리 서울 지점이 선전하고 있는데다가 뉴욕 리만 모핀 갤러리와 세계적인 경매사 필립스가 한국 사무소를 준비한다는 소식에 화랑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국내 시장은 장기 불황과 양도소득세 등 각종 악재로 고전하고 있는 반면에 막강한 작가군과 자본력으로 무장한 세계적 화랑들이 한국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 화랑들은 국내 컬렉터들의 해외 작품 직구 증가와 세계 11위 경제대국 한국시장의 잠재력에 주목해 직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또한 단색화로 주목받은 한국 미술계에서 젊은 작가를 발굴하고, 유럽과 미국 작품을 사들이는 국내 컬렉터들을 관리하기 위한 포석이다.
외국 유명 갤러리의 공세는 지난해 4월 프랑스 파리 페로탕 갤러리가 서울 팔판동 서울 분관을 열면서 본격화됐다. 페로탕은 뉴욕과 홍콩에 이어 세 번째 분점을 한국에 열어 눈길을 끌었다. 개관 후 프랑스 작가 로랑 그라소, 팝아티스트 카우스, 다니엘 아샴 개인전 등을 열며 국내 컬렉터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페로탕은 파리에서 한국 단색화 대가 박서보와 정창섭 개인을 열었으며 장미셸 오토니엘, 자비에 베이앙 등 유명 작가를 거느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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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이스서울 갤러리 전시장 |
최근 진출한 페이스 갤러리는 이우환, 알렉산더 칼더, 윌렘 드쿠닝, 장 디뷔페, 무라카미 다카시, 요시토모 나라 등 블루칩 전속 작가를 관리하고 있다. 페이스 서울은 개관전으로 전속작가 10명(탐랩, 라큅, 장샤오강, 도날드 저드, 리우 지엔화, 로버트 어윈, 조엘 샤피로, 히로시 스기모토, 줄리안 슈나벨, 아스네스 마틴)의 작품을 선보였다. 국내 유명 연예인들과 기업인들이 이들 작품을 다수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관 때 내한한 마크 글림처 페이스 갤러리 회장은 "이우환을 이을 작가를 찾아 한국 지점을 냈다"며 "페이스 서울이 아시아에서 입지를 확장하는 거점기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작가 서도호가 소속된 뉴욕 첼시 리만 모핀 갤러리도 한국 분점을 준비하고, 경매사 필립스가 한남동 사무소를 연다고 하자 국내 화랑업계의 위기의식이 고조되고 있다. 오랫동안 공들여 투자해온 작가들와 컬렉터들을 뺏길까봐 전전긍긍한다는게 국내 화랑 업계 이야기다. 그동안 외국 작가 작품을 거래해온 국내 갤러리 역시 해외 갤러리들의 직진출로 타격이 불가피하다.
한 국내 화랑 대표는 "해외 진출 가능성 때문에 국내 작가들이 외국 유명 갤러리로 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작품 활동기간에 생활비까지 보조해온 국내 화랑들 만큼 인내심 있게 투자할 수 있을 지 의문"이라며 "국내 갤러리들은 장기간 쌓아온 신뢰를 토대로 컬렉터들과 작품을 거래하는데 외국 갤러리들 직원은 자주 바껴 고객 불만 사항을 잘 처리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국내 화랑들은 정부 규제 등에 매여 위축되는 반면에 외국 갤러리들은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상대적으로 규제에 자유로워 '역차별'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또한 외국 갤러리들은 해외에서 주로 작품을 팔기 때문에 좋은 작품이 한국까지 올 지 불투명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명 외국 작가 작품은 환금성이 높다고 인식하는데 같은 작가라도 작품 가치는 다르다는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이화익 한국화랑협회장은 "외국 유명 갤러리들이 한국 시장을 주목하는 것 자체는 고무적이지만 한국 작가에 대한 애정과 장기 투자를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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