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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부부가 20여년 세월 동고동락하며 한국대표 영화 제작자와 감독으로 우뚝 섰다. 류 감독이 영화 연출이라는 '바깥일'을 하면, 강 대표는 제작 전반의 '살림살이'를 도맡았다. 그렇게 탄생시킨 작품이 류 감독의 '짝패'(2006) '부당거래'(2010) '베를린'(2013), 천만영화 '베테랑'(2015) 등이다.
그리고 이제, 이들 부부는 또 한 편의 천만영화를 바라보고 있다. 지난달 26일 개봉한 류 감독의 첫 시대극 '군함도'다. 실제했던 이 '지옥섬'에 강제 징용당한 조선인들이 가까스로 '대탈주'를 감행한다는, "역사적 사실에 기반한 창작물"(류 감독)이다. 이 영화는 개봉 일주일 만에 500만 관객을 넘기며 무서운 속도로 관객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최근 몸도 마음도 바쁠 류 감독·강 대표 부부를 따로 만났다. 잘 되는 영화로서는 불가피한 스크린 독과점 논란을 넘어 일본 내 역사 왜곡논란까지 가세해 여러모로 마음고생 심할 시기다. 그럼에도 이들 부부는 의연했다. "매번 있는 일"이라며 '쿨'하게 넘기던 류 감독은 "우리 같은 사람에게 더 위험한 건 영화를 정말 열심히 만들었는데, 별 다른 관심도 못 받고 무던히 지나가는 일"이라며 웃음지었다.
강 대표 역시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농담처럼 하는 말이지만 '군함도'의 가장 큰 적은 '베테랑' 때와 달리 기대치가 매우 높다는 거예요. 그래도 예나 지금이나 부부 관계를 떠나서도 제가 여전히 지지하게 되는 건 영화를 같이 하는 사람으로서 제 남편이 계속 진일보하고 있다는 '확신'이에요. 정작 본인은 그 사실을 모를 테지만요.(웃음)"
한창 시끄러운 스크린 독과점 논란에 대해선 류 감독도 할 말이 있어 보였다. 예전부터 이 문제에 비판적인 의견을 보여왔던 그다. 그런 그의 영화가 개봉 첫날부터 2200여개에 달하는 스크린을 점유하며 세간의 질타를 몽땅 떠안게 됐다. 빠른 시일 안에 투자 원금을 회수하려는 배급사, 실적 경쟁에 매달리는 극장가 문제가 본질임에도 애먼 감독이 욕을 먹고 있는 것이다.
"결국 독과점 논란이 여지껏 해결되지 않다보니 여기까지 왔구나 싶어요. 이 논란은 2006년 '괴물' 때에도 여전했죠. 제 입장은 안 변했어요. 스크린 몰아주기 제한, 독립·예술영화 보호 장치가 마련돼 다양한 영화가 공존하는 생태계가 조성돼야죠. 이번 논란이 올바른 방향을 찾는 데 일조한다면 잘 된 일이라고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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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인 걸 사실이 아니라고 하거나 사실이 아닌걸 사실이라 하는 게 왜곡이지요. 보석가게에 보석들만 진열돼 있으면 뭐가 같이 있는지 잘 모르잖아요. 반면에 진흙탕 속에 보석 하나가 딱 있으면 더 잘보이는 법이죠."(류 감독) "나가사키에서 '군함도' 자료를 제공해주신 민간 단체 회원들이 그러더군요. 일본이 잘 못한 건 정당히 알리고 사과해야 한다고요. 맞는 말씀이라고 봐요."(강 대표)
영화감독과 제작자. 예로부터 둘은 '간섭당하지 않으려는 자'와 '간섭하려는 자'의 위태위태한 공생관계의 표본이었다. 그런데 이 관계가 부부인 경우에는 어떨까. "많이 부딪치죠. 당연히 엄청 싸우고요.(웃음)" 강 대표는 이처럼 말하더니 "이틀 정도 말 안하고 지낼 때도 있지만 그렇다고 따로 자진 않는다"며 "애가 셋이다보니 각방 쓸 공간이 없다"고 농담조로 덧붙였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힘든 순간은 "남편이 스스로에게 스트레스를 주며 힘들어하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볼 때"라고 털어놨다.
"이정도만 해도 충분할 것 같은데 남편은 좀처럼 타협을 할 줄 몰라요. 일에 대해서는 양보가 없죠. 그래서 늘 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요. 예전처럼 즐겼으면 좋겠다는 거. 뭘 하든 즐기고 악플이 달리건 그렇다고 바뀌는 건 없을 테니 조금 더 마음 비우고 편하게 했으면 좋겠다는 거."
이 얘기를 류 감독에게 전하니 그는 잠시 생각에 잠긴듯 침묵했다. 그러고는 입을 열어 이같이 답하는 것이었다. "요즘 이런 생각을 해요. 지금까지 살면서 우리가 영화라는 것을 함께 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대단히 축복받은 거 아니겠냐고요. 이것을 그저 누리고 즐기기만 하는 건 좀 부끄러워요. 지금 정말로 성실하게, 치열하게 살고 싶은데 그럴 기회조차 없는 사람이 많잖아요. 우리가 영화 한 편이라도 더 만들려고 노력하면 현장에서 기회를 얻게 될 분들이 늘어나지 않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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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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