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이스 박종민 |
베이스 박종민 씨(31)는 이 세계 음악의 심장부를 흔들어놓고 있다. 깊고 단단한 노래로 빈 국립오페라극장의 유일한 한국인 전속 가수가 됐다. 지난 시즌에는 바그너 음악극 '니벨룽겐의 반지' 훈딩 역할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대포같은 성량으로 빈 필의 대편성 반주를 뚫고 관객을 전율시켰다. 지난 5월 이 공연을 본 후 한국에 돌아와 그를 전화 인터뷰했다.
↑ 베이스 박종민 [베르디-아이다] 람피스 역 |
그래도 세계 최고 연주료를 받는 빈 필의 반주로 노래할 수 있어 영광이다. 성악가의 실수 정도는 무난히 덮어줄 정도로 노련한 오케스트라이기 때문이다. 박 씨는 "마치 전문 드라이버가 옆에 앉아 초보 운전길을 안내하는 느낌이어서 노래하기 편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 무대에 서자 마자 도미니크 메이어 극장장의 전속 가수 제안을 받았다. 메이어는 심사위원장으로 참가한 스텔라 마리스 콩쿠르와 너이에 슈팀맨 콩쿠르에서 박 씨 노래를 들은 후 지난 2011년 푸치니 '라보엠'에 캐스팅했다. 그의 두번째 공연이 끝나자 마자 메이어는 "지금 당장 일할 수 있나"고 물었다. 당시 박씨는 독일 함부르크 국립오페라극장 전속이어서 2013년부터 빈으로 옮겼다. 빈 국립오페라극장 전속 가수는 60여명으로 진입 장벽이 높다.
그는 "콩쿠르에서는 노래 몇 곡만 부르기 때문에 오페라 무대에서 나를 실험해본 것 같다"고 회상했다.
그는 저음 가수이지만 기교를 겸비해 세계적 극장에 입성했다. 음역이 낮은데도 테너처럼 테크닉이 화려하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30대에도 중장년 역할이 많은 베이스가수로서 카리스마가 압도적이다. 오페라에서 무겁고 낮은 음역인 베이스는 주로 왕이나 아버지, 악역 등으로 등장한다.
↑ 베이스 박종민 [벨리니-청교도] 죠르죠 역 |
빈 국립오페라극장은 박씨가 어떤 배역이든 잘 흡수하고 무대를 제압하자 두번째 시즌부터 주역만 맡겼다. 해가 갈수록 작품 수도 늘어갔다. 다음 시즌에는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 테너 마르첼로 알바레즈와 호흡을 맞추는 베르디 오페라 '일 트로바트레', 드보르자크 '루살카', 벨리니 '청교도', 모차르트 '피가로의 결혼', 베르디 '멕베스', 바그너 '로엔그린' 등에 출연할 예정이다. 오는 12월 2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는 도니제티 오페라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콘체르탄테 무대에 선다.
그의 목표는 베르디 오페라 '돈 카를로' 필립2세, 바그너 오페라 '파르지팔' 구르네 만즈 역할이다. "베르디와 바그너 음악이 가장 성숙했을 때 작곡한 오페라에요. 30대 초반에는 소화가 어려울 정도로 두 역할이 가장 중요하고 멋있어요. 다른 베이스 역할보다 비중이 3~4배 더 많죠."
↑ [베르디-라 트라비아타] 그랑빌 의사 역 |
"학창 시절 고음이 안 나서 콤플렉스가 생겼어요. 계속 소리를 내면 성대에 무리를 주기 때문에 혼자 생각하면서 해결하려고 노력했어요. 원작과 배경을 이해하면 캐릭터에 몰입할 수 있거든요. 음악도 더 풍부해지고요. 공연날에는 몸에 무리가 갈 수 있는 날생선이나 매운 음식을 피해요."
그는 최근 데카 레이블로 드보르자크 '스타바트 마테르' 음반(데카)을 냈다. 이리지 벨로흘라벡가 지휘하는 체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인 박씨는 2007년 벨베데레 국제 성악콩쿠르 도중 심사위원인 라 스칼라 오페라극장 관계자 눈에 띄어 이탈리아 정부 장학생으로 라 스칼라 극장 아카데미를 졸업했다.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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