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이 어려워?" 그렇다면 지금 필요한 건 <덩케르크> 관람 설명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작 <덩케르크>가 연일 관람객들의 호평을 받으며 '박스 오피스 1위'를 기록했다. 개봉 4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한 기염을 토한 것. 일각의 관람객 사이에서는 '덩케르크'라는 역사적 사건이 생소하기 때문에. 전쟁영화 장르에 익숙지 않기 때문에 혹여나 지루할까 관람을 망설이고 있다는 의견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이러한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서! 당신을 위한 <덩케르크> 관람 설명서를 준비했다. 이 관람 설명서 하나면 영화 관람의 실패는 없을 것이라 본다.
↑ 덩케르크 |
영화의 배경=덩케르크 철수 작전
<덩케르크>는 1940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 덩케르크 해안에 고립된 40만여 명의 영국군과 연합군을 구하기 위한 사상 최대의 탈출작전을 그린 실화 영화다. '덩케르크'는 프랑스 북부에 있는 도시로 파리 북쪽 270km, 벨기에 국경에서 14km 지점에 있으며 도버 해협과 맞닿아 있다. 영국군과 연합군은 이곳에 약 9일 동안 고립되어 있는데, 덩케르크에 고립된 병사들의 영국 탈출 작전을 그린 것이 영화의 주된 내용이다.
영국군과 연합군이 덩케르크에 고립되게 된 이유는 1940년 5월, 독일군이 연합군 프랑스의 방어선을 돌파하고 그대로 영국 해협을 향해 돌진하며 진격을 이어갔기 때문이다. 독일군의 진격 과정에서 연합군은 둘로 갈라지게 됐고, 영국군은 퇴로를 차단당한 채 덩케르크 해안에 고립되고 만 것. 고립 상황에 직면한 영국군 사령관은 육-해-공을 가리지 않는 계속된 독일군의 공격 속에서 덩케르크 철수 계획을 세웠다. 그리하여 1940년 5월 28일부터 6월 4일까지 계속된 작전 끝에 338,226명의 병사를 잉글랜드로 철수시킬 수 있었다. 철수한 군인들은 4년 뒤 독일이 점령하고 있던 프랑스령의 노르망디 해안에서 사상 최대의 상륙작전을 감행했고, 결국 성공한다. 덩케르크 철수 작전을 시작으로 '독일을 이길 수 있다'는 희망이 싹텄기 때문에 가능한 결과였다. 이처럼 덩케르크 철수 작전은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든 기적의 작전이었으며, 제2차 세계대전의 최고 전환점 중 하나로 평가된다.
↑ 덩케르크 |
육지-바다-하늘 생존 드라마가 펼쳐진 생생(生生) 스크린
영화 <덩케르크>는 육지, 바다, 하늘에서의 이야기를 그린다. 육지에서는 보이지 않는 적에게 포위된 채 어디서 총알이 날아올지 모르는 위기의 일주일이 그려지며, 바다에서는 수백 개의 민간 선박들이 고립된 군인들을 구출하기 위해 사활을 건 싸움을 이어간다. 하늘에서는 공군이 독일군의 전투기를 공격해 추락시키기 위해 온갖 모험을 강행한다. 이 과정에서 빛을 발한 것은 IMAX 카메라다. IMAX는 'eye'와 'maximum'가 합쳐진 합성어로 '사람의 눈이 갖는 최대치의 시각 폭으로 스크린 사이즈가 제공된다'라는 뜻이다. 사람이 시각적으로 볼 수 있는 최대 크기의 초대형 고화질이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관객들에게 육지-바다-하늘에서의 생생한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 이 같은 촬영방식을 선택했다. 그는 "IMAX 필름으로 촬영한 이유는 몰입할 수 있는 이미지와 퀄리티가 무엇보다 중요했기 때문"이라며 "극장에서 영화를 볼 때, 스크린은 사라지고 실제 체험하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IMAX 필름은 엄청난 전경과 큰 스케일의 액션에 적합하다"고 말한 바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육지-바다-하늘에서 계속되는 전투 액션에 디지털 효과나 컴퓨터그래픽스(computer graphics) 사용을 최대한 지양했다는 것이다. 놀란 감독이 "실물과 진짜 사람들과 함께 작업하는 것이 언제나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 만큼 <덩케르크>에서는 인위적인 효과 없이 있는 그대로의 전투 액션을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다.
↑ 덩케르크 |
입덕 포인트, 색다른 마스크의 신인과 검증된 배우의 조합
영화를 관람하다 보면 생소한 젊은 배우들의 호소력 짙은 연기가 눈에 띈다. 이 또한 크리스토퍼 논란 감독의 계산된 결과라고.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각각의 육지-바다-하늘 3개의 스토리에서 실제로 군인들의 나이 또래의 배우를 캐스팅하고 싶었다"며 "관객들이 군인의 시각으로 이 사건을 경험할 수 있도록 신선한 얼굴을 원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걸맞게 육지에서 펼쳐지는 스토리에서는 '핀 화이트헤드'가 어린 군인 '토미' 역할을 맡아 생존을 위한 연기를 선보이며 동료 군인 '깁슨' 역할을 맡은 '아뉴린 바나드'가 전쟁에서 오는 공포감을 재현한다. 또 극 중반쯤에 토미, 깁슨과 만나게 되는 '알렉스'는 '해리 스타일스'가 맡았는데 그는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에서 묻지도 따지지도 않은 순수한 동지애가 무엇인지 관객들에게 선보인다. 특히 <덩케르크>를 통해 처음으로 스크린 데뷔를 한 97년생 핀 화이트헤드와 94년생 해리 스타일스의 조합은 당시 전쟁상황에서 어린 군인들이 느낄 불안한 심리와 복잡한 감정을 제대로 표현해 내니 그들의 연기에 집중해 보길 권한다.
↑ 덩케르크 |
이뿐만 아니라 바다 스토리에서 등장하는 민간 어선 '문스톤 호'에 탑승한 젊은 청년 '톰 클린 카니'는 '피터'역을 맡아 표류된 군인들을 구해내는 용기를 보여주고 '조지' 역할을 맡은 '배리 케오간' 역시 문스톤 호에 올라타 피터, 피터의 아버지 도슨과 함께 여정을 떠난다. 톰 클린 카니와 배리 케오간 역시 <덩케르크>로 첫 영화에 데뷔했다. 때 묻지 않은 이들의 고군분투와 우정을 지켜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 중 하나다.
하늘 스토리에서 공군 조종사 '파리어' 역할을 맡은 '톰 하디'는 <덩케르크>에서도 관객들을 실망시키지 않는 명불허전 연기를 선보인다. 제작진에게 있어 톰 하디는 이 역할에 적역이었다. 극 중 파리어는 공군 조종사라는 특수한 직업 때문에 좁은 조종석에서 마스크를 쓴 채 나오는데, 제한적인 상황에서 톰 하디는 얼굴을 다 보여주지 않고도 감정을 표현한다. 눈만으로도 모든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는 검증된 배우, 톰 하디의 존재감이 빛나는 <덩케르크>다.
크리스토퍼 놀란은 소위 말하는 영화광(狂)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감독이다. 그의 전작 <다크 나이트>, <인셉션>, <인터스텔라>만 봐도 그러하다. 하지만 전작들과 다르게 <덩케르크>는 선-악, 의식-무의식, 삶-죽음 등 기존 영화들에서 다뤘던 이분법적 양상을 드러내지
[박해윤 MBN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