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미아리고개 굴다리 밑에서 연극하는 20·30대, 독립영화 찍는 젊은이, 중국 정부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직격탄을 맞은 영세 관광사업자, 젊은 관광벤처기업인···.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62)이 지난달 19일 취임 후 만난 사람들이다. 그의 정책 초점이 문화 양극화 해소와 복지에 맞춰져있고 '현장에 답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19일 서울 시내 한식당에서 기자들과 만난 도 장관은 "설렁탕에 소주 한 잔 하면서 돈 안 되는 연극을 하는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들었다"며 "역시 돈 안 되는 독립영화를 봤는데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런 영화가 좋은 영화다. 화장하지 않은 듯한 영화를 만드는데 온 정열을 쏟는 영화인들을 만났다"고 말했다.
소외받는 예술인과 영세 기업을 지원해 문화 진흥을 이루는게 그의 목표다. 도 장관은 "예술인이 자유롭게 창작하는 풍토를 만들어 문화가 꽃피게 만들고 싶다"며 "드라마나 시, 연극 등에 아름다운 영향을 받고 국민들이 행복해졌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지원책도 마련하고 있다. 우선 사드 직격탄을 맞은 영세 여행사와 호텔 등에 융자금 1284억원을 '수혈'했고, 추가경정예산 1000억원을 신청했다.
문화 산업의 약자를 바라보는 시선과 달리 대기업에는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지난해 그는 더불어민주당 의원으로 대기업의 영화상영업과 배급업 겸업을 규제하는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영비법) 개정안을 입법 발의한 바 있다. 이에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지위에 있는 CJ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 등 복합상영관(멀티플렉스) 3사가 반발하고 있다. 도 장관은 "내가 입법 발의했지만 무조건 밀고 나가지는 않겠다. 충분한 검토와 여론 수렴을 거치겠다"면서도 "다만 대기업의 영화상영업·배급업 겸업은 대형 출판사가 서점까지 운영해 출판의 다양성이 망가지는 것과 같다"고 밝혔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의 연구 지시로 논란이 됐던 가야사 복원에도 "정부 개입은 없다"고 못박았다. 도 장관은 "고대사는 학자들이 풀어가야 할 문제이며 문체부가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서는 안된다"며 "학자들의 의견을 먼저 경청하고 존중하며 시간을 두고 하겠다. 임기 내 성과주의에 급급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블랙리스트와 최순실 국정 농단으로 무너진 문화행정을 다시 세우기 위해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원회 가동을 서두르고 있다. "진상조사위원회 준비팀이 활동 중인데 인원, 활동 기간, 운영방식 등에 대한 이견이 좁혀져 곧 활동을 시작할 수 있을 겁니다. 블랙리스트 외에 사상검증 자료 등이 새롭게 캐비닛에서 나오고 있어 청와대와 협의중이에요. 누가 피해자인지 가해자인지 면밀하게 조사할 예정이에요. 필요하면 직접 진상조직위원회에 참여해 정확하게 잘못을 가리고 책임지게 하겠습니다."
그는 중장기 문화 정책을 수립하는 미래문화전략팀을 신설하고,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해 실장직 3개를 없애는 조직 개편도 추진하고 있다. 도장관은 "과장 위에 국장, 그 위에 실장이 있는 구조"라며 "국장 체제로 재편해 효율성을 높이겠다"고 설명했다. 또한 블랙
내년으로 다가온 평창동계올림픽 준비 과정을 점검한 도 장관은 "가을에 2차관이 평창에 가서 살아야 올림픽을 치를 수 있다"며 사안의 시급함을 전했다.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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