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스의 '시대의 소음'(다산책방 펴냄)은 2011년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로 맨부커상을 수상한 이후 5년 만에 낸 신작이다. 쇼스타코비치의 회한에 젖은 독백으로 시작한다. 19세에 쓴 첫 교향곡으로 위대한 예술가로 칭송받던 그는 스탈린 앞에서 단 한번의 연주 실수로 나락으로 떨어진다. 그를 칭송하던 매체들은 모두 등을 돌리고 "오늘 인민의 적 쇼스타코비치의 작품을 연주하는 콘서트가 열릴 예정이다"라는 기사가 신문에 실리는 신세가 된다. 동료와 친구들이 소리도 없이 사라져가는 대숙청의 시대에 그는 가족들 앞에서 끌려가지 않으며 매일 밤 계단에서 잠이 든다.
피아니스트답지 않은 작은 손을 지닌 그는 결국 미국으로 망명한다. 스탈린의 러시아에는 겁에 질린 채 살아 있는 작곡가와 죽은 작곡가밖에 없었다. 하지만 미국에도 환대는 없었다. 자신의 이름을 발음도 하지 못하는 기자들은 무례한 질문을 했고, 존경하는 작곡가 스트라빈스키는 소비에트 예술가와 한자리에 있는 것도 거부했다. 고국의 부름을 받고 돌아온 뒤에도 그는 자신을 숙청했던 공산당 가입을 강요받는다. 1936년과 1948년, 1960년이라는 그의 삶의 세번의 변곡점만을 그린 크로키 같은 소설이다. 노년의 그는 "늙어서 젊은 시절에는 가장 경멸했을 모습이 되는 것이 우리의 운명"이라고 회고한다. 일견 겁쟁이로 보이지만, 폭력과 부조리라는 '시대의 소음'에 맞서 음악으로 저항한 인물이었음을 거장은 소설을 통해 변호한다.
"이렇게 아름다운 음악을 한 인간은 어떤 집에서 태어나 어디서 살았으며 누구를 사랑하고 무엇을 생각하며 살았을까. 이런 상상은 우리의 정신을 잠시나마 피곤한 일상생활에서 해방시켜준다."
히라노 게이치로는 이렇게 말할만큼 '쇼팽 신도'다. 무려 1612쪽의 대작 '장송'을 통해 쇼팽과 조르주 상드의 삶을 다뤘던 그가 쇼팽의 삶을 흔적을 쫓은 산문집 '쇼팽을 즐기다'(아르테 펴냄)를 펴냈다.
빈에서의 데뷔와 파리에서의 전성기, 영국을 전전하다 다시 파리에서 죽음을 맞기까지 쇼팽이 살았던 곳을 작가는 샅샅히 훑는다. 쇼팽은 파리에서만 9번 거처를 옮긴 '이사광'이었다. 이유는 환경 적응과 수입 상승, 연애사, 질병 등으로 다양했다. 콘서트를 하는걸 꺼렸던 그는 가난한 무명시절 귀부인들이 고층까지 레슨을 받으러 오는 걸 힘들어할까봐 이사를 했고, 조르주 상드를 위해서도 거처를 옮겼다. 성공과 좌절, 뜨거운 연애와 고독한 만년까지 쇼팽의 삶의 여정을 따라가면서, 자신이 '장송'을 쓰게만든 쇼팽 음악의 마력을 생생하게 증언한다. 작가는 '현대란 어떤 시대인가'를 고민하던 때 쇼팽은 소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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