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과 관객이 처음 만나는 곳. 바로 '리플렛(공연 정보를 담음 간단한 인쇄물)'이다. 정석은 상단에 리뷰와 각종 수상실적, 가운데 시놉시스 그리고 하단에 캐스팅을 싣는 것. 하지만 공연 정보를 인터넷으로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시대, 정보제공의 기능이 무의미해진 리플렛은 변신을 꾀하는 중이다.
뮤지컬 '신과 함께'는 달력을 모티브로 한 독특한 리플렛을 준비했다. 그려진 절취선을 잘라 만들면 리플렛은 책상달력으로 활용가능하다. 달력이라는 소재는 작품이 저승에서의 47일간의 여정을 그린다는 점과 공연을 손꼽아 기다리는 마음을 뜻한다. 서울예술단 김아형 홍보팀장은 "리플렛을 모으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단순히 한번 보고 버리는 일회용이 아닌, 실생활에서 활용하고 기념이 될 수 있는 리플렛을 만들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예전에 리플렛은 공연정보 전달이 목표였지만 인터넷 시대의 리플렛은 기념품이나 홍보물로서의 역할이 더 큰 것 같다. 크기와 내용이 일률적이던 리플렛에 점점 공연의 특성에 따라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시놉시스는 과감하게 생략하고 대신 관객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일별 캐스트를 달력에 적어 넣은 것도 '신과 함께' 리플렛의 특징이다.
'록키 호러 쇼'는 신문 모양의 리플렛, '월간 록키'를 배포한다. '록키 호러 쇼'는 관객들의 콜백(작품 안에서의 관객 참여)으로 유명한 작품이다. 폭풍우가 몰아치는 장면에서는 무대의 팬텀들이 객석에 물을 뿌린다. 관객들은 자넷과 프래드와 같이 신문으로 비를 피해야 한다. 리플렛은 콜백 준비물 중 하나인 신문에서 착안해, 관객들이 직접 객석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독특한 리플렛은 바이럴(입소문) 마케팅에도 일조한다. 뮤지컬 '캣츠'는 한정판 '무빙 리플렛'을 만들어 배포했다. 고양이 캐릭터들로 디자인된 리플렛의 절취선을 따라 뜯으면 각 고양이들이 이번에 어떻게 바뀌었는지 숨은 메시지가 나타나고 고양이 종이인형이 된다. 실제로 고양이 인형을 만들어 노는 영상과 리플렛 속 고양이와 같은 종의 고양이 찾아 함께 찍은 사진이 SNS를 통해 활발하게 공유되며 입소문을 탔다.
리플렛은 일종의 '팬서비스' 역할도 하다.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의 경우 인기배우인 옥주현과 박은태의 화보 사진을 넣고 전면에 아무런 문구도 적지 않았다. 심지어 가장 중요한 공연명도 하단에 작게 넣어 잘 보이지 않는다. 제작과 홍보를 맡은 프레인 관계자는 "두 배우의 팬들을 위해 액자에 넣어 보관할 수 있도록 과감하게 문구를 생략했다"고 설명했다. 프레인 측은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의 아날로그 감성을 살린 편지 형태의 또다른 리플렛도 선 보였다. 대학로에서는 팬들을 위해 배우별 리플렛을 만들기도 한다.
리플렛이 이처럼 다양해지니 리플렛 수집이 뮤지컬 팬들에겐 놓치지못할 즐거움 중 하나가 됐다. 극장 한편에 만들어져 있는 리플렛 코너를 돌아다니며 수집
[김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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