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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이 제작한 높이 22.5미터의 거대한 예수 얼굴상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정관모작가. 예수상 밑 아치형 문으로 관람객이 출입할 수 있다. |
경기도 양평군 양동면 산기슭에 가면 깜짝 놀랄만큼 커다란 조각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는 신비스러운 미술관을 만나게 된다. 'C아트뮤지엄'이다. 이 거대한 미술관을 조성한 사람은 원로 조각가 정관모(80)씨다.
"성신여대 교수직을 은퇴하고 2005년부터 조성하기 시작했어요. C아트뮤지엄이라는 이름은 이 시대에(Contemporary) 창조적인(Creativity) 기독교정신(Christianity)으로 정관모(Chung)가 만들었다는 의미예요."
미술관에는 입체작품 1300여점 평면작품 200여점이 전시되어 있다. 야외조각공원은 메모리얼 존, 미러클 존, 십가가의 숲 등으로 구성되어 있고, 상설전시실과 교육관까지 갖추어져 있다. 거대한 기독교 미술 테마파크다. 야외 조각공원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대형 예수얼굴상이다. 철제로 제작했는데 높이가 무려 22.5미터다.
"십자가에 못 박혀 떠나실때 모든 두려움과 아픔을 이겨내신 장엄한 표정을 형상화하고 싶었어요. 부활을 암시하는 듯한 모습이죠. 전신상으로는 브라질 리오데자네이루에 있는 게 가장 크고, 얼굴상으로는 이 작품이 가장 크다고 하더군요."
예수상 밑 받침대는 로마의 지하묘지 카타콤베를 재현해 놓았다. 천천히 예수상을 향해 걸어가 어두컴컴한 카타콤베를 통해 내부로 들어가는 느낌은 말할 수 없이 엄숙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기독교 조각'이라는 범주를 정해버리면 예술가로서의 자유도 제한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정작가는 고개를 흔든다.
"오히려 자유로워요. 영성을 위해 바치는 조각이니까 유행에 휩쓸리지도 않고, 평론가들의 평가에 좌우되지도 않아요. 그냥 제 철학대로 의지대로 작업을 하니까요. 루오의 그림은 오로지 기독교적 세계관으로만 제작되었지만 기독교도가 아닌 사람들에게도 사랑받고 있잖아요. 결국 예술은 작품이라는 결과물로 말하는 것이죠."
또 눈길을 끄는 작품 중 하나가 150여개의 다양한 십자가 형상을 모은 대형 제단화다. 정사각형 안에 십자가를 하나씩 배치한 뒤 그 정사각형을 모아 하나의 그림을 만들었다.
"우리는 십자가를 단순한 형태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아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너무나 많은 형태의 십자가 존재해요. 이 십자가 하나 하나에는 순결한 신앙과 진실한 고백들이 담겨있어요."
대전에서 태어난 정작가는 홍익대학교 조소과와 미국 크랜브룩 예술아카데미를 졸업했다. 기독교미술상 김세중조각상 등을 받았고 한국미술협회 13대 이사장을 지낸 조각계의 마에스트로다. 경지에 올랐을 법한 그는 지금도 늘 예술을 고민한다.
"작업할때마다 수 십번 번민합니다. '나는 재능없는 살리에르가 아닌가'하구요. 예술앞에서 오만해 질 수 없는 거 같아요. 나이가 들어갈수록 걱정이예요. 체력은 그렇다치더라도 예술적 영감이 무뎌지면 안되는데..."
C아트뮤지엄은 숨어있기에는 너무 아까운 문화
"미술관람 뿐아니라 명상에 잠길수 있는 휴식처를 만들고 싶었어요. 예술과 교육과 영성이 함께 존재하는 공간이죠."
[허연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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