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년 국립발레단 서울공연은 빠짐없이 찾아봤다는 이송이 씨(29)는 최근 발레단 홈페이지를 찾곤 의아했던 경험을 전했다. 통상 12월께 이듬해 공연 일정이 발표된 것과 달리 계획이 빈 상태였기 때문이다. 이 씨는 "연말 '호두까기 인형'을 볼 때면 내년 어떤 신작이 나올지 관심 있게 봤는데, 올해는 왜 늦는지 궁금해 검색을 해봤다"고 말했다.
이 씨의 궁금증은 혼란한 시국이 빚은 '나비효과'다. 문화계 전반 국정농단 의혹과 최근 조윤선 문체부 장관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관여했다는 정황이 공개된 파장으로 장관 결정이 필요한 국공립예술단체 감독 인선이 지연된 탓이다. 감독이 책임지는 1년치 공연 일정도 자연히 발표가 미뤄졌다.
내달 초 강수진 예술감독의 임기가 만료되는 국립발레단은 지난 시즌에 비해 한달 반가량 늦어진 이달 중순 2017 레퍼토리를 공개한다는 계획이다. 3월 첫 공연을 앞두고 더 이상 티켓오픈을 미룰 수 없어서다. 발레단 관계자는 "감독 연임 여부와 별개로 일정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내 양대 발레단으로 꼽히는 유니버설발레단이 국립발레단과 비슷한 시기에 다음년도 공연 일정을 공개해온 관습에 따라 덩달아 한달 늦어지기도 했다.
김윤철 예술감독의 임기가 내달 초 끝나는 국립극단도 예년과 달리 내년 레퍼토리를 공개하지 못하고 있다. 극단 관계자는 "인선에 따라 하반기에 변동이 생길 수도 있으니 정해둔 일정을 간담회서 알리기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이달 말 임헌정 예술감독의 임기가 끝나는 코리안심포니도 후임 하마평이 잠잠한 탓에 하반기 일정을 발표하지 못하고 있다.
문체부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국공립단체의 숙명이지만 보다 관객의 편의를 우선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1년치 티켓을
[오신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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