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하얀 눈이 소복이 내려 앉았다. 5층 석탑이 자리 한 앞마당엔 적막감이 감돈다. 스님들이 새벽 예불을 드리는지 대광보전 문살엔 하얀 불빛이 새어 나온다. 어느 겨울날 충남 공주 마곡사의 정갈한 풍경이다. 한파를 뚫고 분홍빛 매화를 피어 낸 전남 순천 선암사의 봄 풍경은 또 어떤가. 노랗게 물든 산사의 가을 풍경도 정겹긴 마찬가지다. 천년고찰 7곳의 사계절을 품은 사진집 '한국의 전통산사'가 최근 출간됐다.
7곳은 선암사와 마곡사 외에도 대흥사(전남 해남) 법주사(충북 보은) 통도사(경남 양산) 봉정사(경북 안동) 부석사(경북 영주)다.
모두 삼국시대에 창건된 사찰이지만 조선 중기 이후에 가람배치가 정형화된 산사(山寺)라는 공통점이 있다. 산중에 위치한 사찰은 산의 지세에 따라 그 구도와 배치가 달라진다. 풍수 원리가 한국 사찰에 적용된 것이다.
이번 사진집 출간은 조계종이 2018년을 목표로 전통산사 7곳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시키려는 노력과 맞물려 있다. 이미 1995년 석굴암 불국사와 해인사 장경판전이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에 등재된 바 있다. 전통산사 7곳도 등재된다면 불교계 유산으로는 세 번째 세계 문화유산을 보유하게 되는 셈이다.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 세계유산분과는 지난 7월 조건부로 세계유산 등재 후보로 전통산사 7곳을 확정했으며 내년 2월 1일까지 유네스코 측에 등재신청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유네스코는 실사 등의 과정을 거쳐 2018년 여름에 열리는 유네스코 총회에서 등재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내년 여름엔 '한양도성'의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 여부가 가려진다. 우리나라가 보유하고 있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은 지금까지 12개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되기 위해서는 독자적이면서도 차별화된 가치를 인정받는 동시에 인류 유산으로서의 보편적 가치도 충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전통산사 세계유산 등재추진위원회는 지난 2014년 조계종 총무원
[이향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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