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스터 ⓒ 2016 Mr./Kaikai Kiki Co., Ltd. All Rights Reserved. Courtesy Galerie Perrotin Photo by: Keith Park |
일본의 네오팝 작가 ‘미스터(Mr.)’가 서울 팔판동 페로탱갤러리에서 열고 있는 개인전 ‘내가 아는 도시, 동경의 황혼녁: 허전한 내 마음과 같은’ 광경이다. 전시명이 길고 서정적이다. 최근 전시 개막차 방한한 작가는 “도쿄의 민낯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도쿄는 일견 깨끗하고 질서정연한 이미지가 강하다고 하자 “살아봐야 아는 것들이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이를 테면 2020년 하계올림픽을 앞두고 올해 도쿄 도지사가 갑작스럽게 사임했지요. 영수증 경비 처리가 의문스러워서요. 또 지진 등 상시적인 불안감도 있지만, 에도 시대 대화재 등 더 큰 국가적인 재난이 일어날 것이라는 두려움이 커요. 일본 대도시마다 100년에 한번씩 큰 재난이 발생하는데, 도쿄는 태평양전쟁 이후 70년이 지난 상황이죠.”
그 불안감의 실체를 캐물으니 “공동체 전체를 사라지게 하는, 쓰나미보다 더 큰 규모의 재난”이라고 했다. 예명 ‘미스터’로 활동하는 그는 정치사회적인 이슈에 큰 관심을 보이는 작가는 아니다. 자칭 게임과 애니메이션에 흠뻑 빠진 ‘오타쿠’다. 예술도 “오타쿠인 나의 내면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했다. “수도관에 물이 흘러가듯, 태어날 때부터 애니메이션에 끌렸어요. 하루에 몇 시간씩 애니메이션을 보며 자랐지요.”
1970년대 일본에서 생긴 오타쿠는 어떤 분야에 마니아 이상의 열정과 흥미를 가지고 있는 사람을 일컫는다. 오타쿠에 대한 인식이 한국에선 긍정적으로 바뀌었다는 지적에 “일본에서는 오타쿠의 이미지가 더 안 좋아졌다”고 응수했다. “예전에는 오타쿠 인구가 많지 않아 나름대로 수입도 좋고, 전문적인 기술과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는데 지금은 부모에 얹혀 살면서 저렴한 가격의 콘텐츠만 소비하는 사람이라는 편견이 생겼지요.”
전세계적으로 추상미술이 강세를 보이면서 팝아트 장르가 다소 퇴조하는 분위기다. 그는 “사람들이 산업혁명 이후 200년간 과도하게 성장한 것에 대해 지친 것 같다”고 인정하면서 “끝까지 살아남는 작가가 되고 싶다”고 했다.
스승 무라카미 다카시와의 인연도 흥미롭다. 둘은 일본의 오타쿠 문화를 순수예술의 반열에 올린 대표적인 작가들이다. 미대 재학 중 다카시 조수로 10년을 일했고, 독립한 지 10년이 지났지만 다카시
[이향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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