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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코미디 공모전이 있었어요. 개그 영상을 찍어서 올리면 상금을 주는 것이었는데, 제 개인기를 찍어서 지원했었어요. 사실 기대도 하지 않았어요. 그냥 제 개그를 보여주고 싶어서 올렸던 것이었거든요. 그런데 몇일 후 '코빅' 전 감독인 김석현 감독님께서 제게 전화를 주셨어요. 영상을 보시고 '코빅에서 함께 해보지 않겠느냐'고 제안을 하신 것이었죠. 제 꿈에 한 발짝 더 다가서게 됐다는 사실이 너무 행복했었습니다. 그렇게 2013년 10월에 '코빅'에 합류하게 되면서 코너 '신조어천가'로 첫 데뷔를 하게 됐죠."
하지만 개그맨의 꿈을 이뤘다는 행복도 잠시였다. 프로의 세계에 입문한 그는 냉혹한 현실을 마주하게 됐다. 날고 기는 최고의 웃음꾼들 사이에서 웃음으로 빛을 보기는 쉽지 않았다. 그렇게 그는 '코빅'에서 3년을 단역으로 보냈다. 경찰도 됐다가 귀신도 됐다가 수많은 변신을 했다. 그럼에도 주연이 아닌 조연의 개그맨은 안타깝지만 조용히 잊혀졌다. '이러다 서른이 넘어가면 어떻게 하나'라는 두려움이 그를 엄습했다. 이제는 뭔가를 해야 할 시점이 다가왔던 것이었다.
"'깝스' 단역으로 출연 하고 있을 때였어요. 거기서 제 비중이 별로 없다 보니 억지로 제 대사를 넣어주기도 힘들었어요. 그래서 '깝스'에서 제가 자연스럽게 빠지게 됐어요. '이제 난 어떻게 해야하나'라는 생각에 불안했어요. '코빅'은 쿼터제로 운영돼요. 한 쿼터가 끝나면 일주일이라는 재정비 시간이 있거든요. 그때 동료 개그맨 하준수에게서 전화가 왔어요. 새코너 아이디어 회의를 하자고요. 전화를 받고 바로 하준수가 있는 카페로 달려갔어요. 도착해보니 개그맨 박민성도 함께 있었어요. 머리를 맞대고 카페에서 아이디어 회의를 한 결과 탄생 코너가 바로 '검은 사제들'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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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처음부터 '검은 사제들'이란 아이템을 생각하고 회의를 한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이것저것 아이템들을 고민하던 중, 영화 '검은 사제들'이 세 사람의 눈에 쏙 들어왔다고 한다. 배우 박소담의 연기가 돋보였던 악령을 츤데레(무심한 척 챙겨주는) 형식으로 풀어나가면 기가 막힌 웃음을 줄 수 있으리란 생각이 그들의 뇌리를 스쳤다. 회의 3시간 만에 1회분의 개그가 준비됐다. 악령은 양기웅이 담당하고, 신부 역할은 박민성·하준수가 각각 맡았다.
"대사 한 두 마디만 하고 들어가다가, '검은 사제들'을 통해 코너의 중심이 되는 역할을 하게 됐어요. 2년간 선배님들 어깨너머로 배운 것들을 모두 떠올리며 이 코너에 다 쏟아부었죠. 그 결과 신인 개그맨들이 뭉쳐 탄생한 '검은 사제들'이 11주라는 긴 시간동안 방청객들의 큰 사랑을 받게 됐어요. 해당 쿼터에서 총 10코너 중 5위를 3번 했으니 말이죠. 저에게 '검은 사제들'은 인생의 터닝포인트 같은 코너였어요. 한 가지 조금 아쉬운 점은 있어요. '검은 사제들' 분장이 너무 강렬하다 보니, 지나가다가 사람들이 절 아무도 알아보지 못해요. 할로윈데이때 악령 분장을 하고 홍대를 가볼까도 고민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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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28일 양기웅은 조우종, 김구라, 서장훈, 이수근, 조세호가 출연하는 tvN 예능프로그램 '예능인력소'에 게스트로 등장해 그의 수많은 끼를 뽐낼 기회를 맞게 됐다. 이날 '예능인력소'에서는 'SNL 코리아'와 '코미디 빅리그' 멤버들이 각각 팀을 이루어 입담을 뽐냈다. 양기웅과 함께 출연한 개그맨 동료는 선배 양세찬과 이진호였다. 두 사람은 인지도가 약한 후배 양기웅을 위해 두 팔 걷고 지원사격에 나섰다. 양기웅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A4 용지에 자신의 개인기를 빼곡히 적어온 그는 Mnet '슈퍼스타K6'에 등장했던 참가자 그랙의 성대모사를 완벽하게 해내 MC 서장훈의 감탄을 유도해냈다. 그의 개인기를 보던 김준현도 "이 정도면 안윤성, 문세윤을 뛰어넘는 기술자네요"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제 개인기는 사실 다 자잘한 것들뿐이에요. 근데 사람들이 제 개인기를 보고 웃는 이유는, 제가 너무 뻔뻔해서 그런 것 같아요. 안 웃기면 그냥 다음 개인기를 하면 되거든요. 누군가는 개인기가 많은 개그맨은 잘 뜨지 못한다고도 말합니다. 저도 그 부분은 어느정도 인정해요. 한 번 보면 '신기하다'고 좋아하실 수 있겠지만, 두 번째 보면 이미 봤던 것이기 때문에 재미가 없을 수도 있거든요. 그래서 전 연기에도 집중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만의 캐릭터를 구축하는거죠. 물론 개인기는 기본적으로 계속 연마하고요. 그렇게 멈추지 않는 개그맨이 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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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자신이 43개의 개인기를 가질 수 있었던 이유로 '생활 속 개그'를 꼽았다. 병따개를 들지 않고 병을 따는 척하면서 입으로 '뽕' 소리를 낸다거나, 길을 걷다가 신기한 소리를 들으면 Ctrl C+Ctrl V를 하듯 그대로 따라 불러본다고 한다. 입으로 내는 소리 때문에 얽힌 에피소드도 있냐는 질문에 그는 "학창시절 시험지를 받자마자 찢는 소리를 냈는데, 선생님이 소리만 듣고 오시더니 내 뒤통수를 때리시면서 '받자마자 시험지를 찢는 학생이 어디있느냐'고 호통을 치신 적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만큼 그는 단단하게 자신만의 개인기 내공을 쌓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아직 자신의 개인기와 연기가 부족하다면서 스스로의 채찍질을 멈추지 않았다. 그런 그의 모습에서 '누군가를 웃긴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구나'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인터뷰를 마친 그는 커피를 원샷하더니, 주말에도 아이디어 회의를 위해 가족들을
[MBN 뉴스센터 박영근/ bokil8@mkinterne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