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실에 단호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바닥에는 무대의 크기를 가늠해 반원이 그려져 있었고, 13개의 의자가 소품을 대체하고 있었다. 흩어진 배우들을 향해 오디세우스가 다시 한번 소리쳤다. “이제 이 시합은 끝났다. 오디세우스가 돌아왔다. 이제 나는 어느 누구도 맞춘 적 없는 과녁을 맞출 것이다.”
그가 활시위를 당기자, 슬로 모션으로 배우들이 차례로 쓰러졌다. 화살이 이타카의 시민들을 하나씩 쓰러트리고, 놀란 페넬로페와 텔레마코스의 모습이 그려지는 순간 남인우 연출의 날카로운 지적이 끼어 들었다. “사투 끝에 쓰러지는 장면이니 좀 더 비극적으로, 표정을 짓거나 소리를 질러도 좋아.”
“오디세우스, 내 칼을 받아라.” 창을 휘두르다 쓰러지는 배우들의 몸동작이 좀 더 과감해졌다. 그리고 모두가 쓰러진 뒤에야 오디세우스를 알아본 페넬로페의 비명 같은 외침이 들려왔다. “당신 살아있었군요.”
‘오디세우스, 길을 찾는 자’의 개막을 나흘 앞둔 28일, LG아트센터 연습실은 땀과 열기로 가득했다. 12월 2~3일 서울 산울림소극장에 오르는 이 연극은 ‘학교 밖’ 청소년들이 주역으로 서는 특별한 공연이다. LG연암문화재단과 LG아트센터, 한국메세나협회가 함께하는 ‘LG 나는 배우다’ 프로그램이 기획했다.
무대에 서는 12명의 청소년 배우들과 5명의 신인연극인들은 지난 8월 오디션을 통해 선발됐다. 학교의 울타리를 벗어나거나 대안학교를 다니고 있는 청소년들은 연극을 한번도 보지 못한 이들도 많았다. 이들은 2개월에 걸쳐 고전을 함께 읽고, 토론하고, 몸으로 대화하는 연기수업을 받았다. 매주 진행된 연극 연습으로 배우들은 눈빛부터 달라졌다.
연출과 각색을 맡은 극단 북새통의 남인우 연출은 “연극의 ‘연’자도 모르던 아이들이, 무대에 주역으로 세우니 목소리부터 달라졌다. 평생 이렇게 성실하게 무언가에 매달리는게 처음이라고 털어놓기도 했다”고 말했다.
연극은 고대 그리스의 서사시 ‘오디세이아’를 각색해 10년간에 걸친 모험 끝에 온갖 역경과 고난을 이겨내고 귀향하는 오디세우스의 이야기를 그린다. 남 연출은 “도전과 모험으로 가득한 오디세우스의 여정을 직접 연기하면서 참가한 모든 이들이 오디세우스의 도전정신에 공감하고, 자극을 받기 바란다”며 오디세이를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청소년연극은 학교를 배경으로 한 학생들 이야기를 다뤄야 한다는 선입견도 깨는 작품이다. 남 연출은 “‘오디세이아’는 인간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이 담긴 작품이다. 삶을 고민하기 시작하는 청소년시기에 너무 잘 어울
연극은 무료 관람이 가능하며, 선착순 마감된다. 예약은 이메일 (nanum@mecenat.or.kr)과 전화(02-761-4237)로 가능하다. 12월 20일과 22일에는 용인 신갈중학교와 백현중학교의 700여 명의 관객 앞에서도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김슬기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