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김진선 기자] “진짜 함익의 분신이 돼 최나라 선배님의 감정선을 따랐어요”
배우 이지연이 연극 ‘함익’에서 함익의 분신 함진 역을 맡아 서울시극단의 최나라와 나란히 섰다.
연극 ‘함익’은 서울시극단 창작극으로, ‘햄릿’을 모티프로 한 작품이다. 이지연은 극 중 함익의 내면을 꿰뚫어보고, 그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분신 역으로 분해 관객들을 만났다. 서울시극단 막내 단원으로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으로 비중있는 역할을 맡은 이지연은, 극단의 선배이자 대들보 최나라와 마주 서 팽팽한 긴장을 자아내기도 하고, 상상력을 무한대로 끌어낸다.
↑ 사진=세종문화회관 |
때문에 무대 위 이지연의 모습에서 ‘신입’이라는 단어가 떠오르지 않았다. 오히려 30대를 훌쩍 넘은 베테랑의 냄새가 났다. 하지만 실제로 만난 이지연은 해맑게 웃을 줄 알고, 작품에 대한 열의가 넘치는 영락없는 신예였다. 무대 위 카리스마는 온데간데없이 말이다.
극 중 이지연이 맡은 진 역은 함익의 분신이지만 그 이상의 역할을 한다. 함익이 되었다가, 자살한 엄마가 되기도, 또 연우가 되기도 한다. 함익은 연극부 학생 연우가 해석하는 ‘햄릿’을 듣고, 마음을 환기하기도 한다.
“분신 함진은 함익이 원하는 때로 돌아가게 하죠. 어린아이가 되기도 하고, 연우가 되기도 하는 것을 봐서요. 분신 앞에서는 함익이 솔직해지잖아요. 함익의 과거가 되기도 현재가 되기도 하고. 함익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그야말로 ‘분신’이에요.”
함익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인물이기에, 함익의 감정을 가장 냉철하게, 객관적이게 봐야하면서도 주관적인 시각도 절실한 것이 분신이다. 여간 쉽지 않은 캐릭터인 셈.
“사실 처음에는 ‘재밌겠다’라고 생각했는데 점점 깊이 들어갈수록 어렵더라고요. 처음에는 제 부분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그랬더니 함익과 달라지더라고요. 그래서 최나라와 함익의 입장에 대해 분석하고, 선배님이 표현하는 함익을 따라갔어요.”
“최나라 감정에 철저하게 따라갔어요. 선배님이 울면 소대에서 바라보면서 같이 울기도 하고, 같이 분통함을 터트리기도 해요. 함익에 다가갈수록 위로해 주고 싶고 토닥토닥해주고 싶더라고요.”
이지연이 맡은 분신 역은 누구보다 인간의 심리를 꿰뚫어 볼 줄 안다. 때문에 무대 위 분위기 역시 다른 캐릭터들과 다르다. 이지연은 맨발에 블랙 원피스, 탈색한 머리카락을 부스스하게 완성해, 그로데스크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애니메이션 ‘데스노트’의 사신을 보고 분위기를 생각했어요. 말을 툭툭 내뱉는 것도 그렇고. ‘블랙 스완’을 보고 속으로 변해가는 마음을 고민하기도 했어요. 배우들의 표정을 주의 깊게 봤어요.”
특히 ‘함익’에는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사느냐가 문제였을 것’이라는 대사로 작품에 대해 재고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이지연이 살아있다고 느낄 때가 궁금했다.
“무대 위에서 대사를 듣고, 제가 하면서 심장이 뛸 때요. 함익이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잔인한 운명의 화살이 꽂힌 고통을 참는 것이 장한 일인가’라고 하는 부분도 공감가고요. 그 대사를 제가 들을 수 있고 감동받을 때 제가 살아있다는 것을 느껴요.”
‘함익’은 ‘햄릿’과 현시대가 맞닿아 있는 작품. 현시대의 프레임에 맞춰 바라보게 되는 ‘햄릿’은 원작과 다른 묘미를 느낄 수 있고, 또 공감을 더한다. 이지연이 느낀 점은 어느 부분일까.
어느새 함익보다 더 함익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는, 진정한 그의 분신이 된 듯한 이지연의 눈빛은, 앞으로의 활동에 대한 궁금증을 갖게 했다. 하고 싶은 작품과
“욕심이 많아서(웃음). 김광보 연출님과 계속 작품하고 싶어요. 작년에 ‘문제적 인간 연산’을 인상 깊게 봤는데 이윤택 연출님도 만나고 싶고요. ‘햇빛샤워’ 김정민, 전미도, 우현주 선배님도 좋아해서 꼭 작품에서 만나고 싶어요.”
김진선 기자 amabile1441@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