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김진선 기자] 창작뮤지컬은 단연 인정받아야 한다. 물론 라이선스 작품도 음악, 안무 등 국내 창작진들의 힘이 더해질 수밖에 없는 작품도 있다. 하지만 ‘창작뮤지컬’은 그야말로 씨앗을 고르고, 땅에 심어, 물과 거름, 햇빛을 비춰 한 나무가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을 요구한다. 그만큼 고되고, 어렵고, 눈물겹다. 많은 이의 절실함과 간절함이 있어야 나올 수 있는 게 바로 창작뮤지컬이다.
뮤지컬 ‘도리안 그레이’가 개막했다. 제작 소식부터 김준수, 최재웅, 박은태 캐스팅 소식 등 하나하나가 이슈가 될 만큼 주목을 받은 작품이고, 하반기 대표 기대작으로 꼽히기도 했다. 많은 이의 관심을 받은 만큼 말도 많을 수밖에 없었고, 개막 한 뒤로도 열기는 식을 줄 모른다.
그도 그럴 것이 작년 ‘데쓰노트’를 제작한 씨제스컬쳐의 첫 창작품일뿐 아니라, 이지나 연출, 김문정 음악감독, 조용신 작가 등의 창작진들의 협업에 궁금증을 높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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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의 열연, 그리고 발견
‘도리안 그레이’는 19세기 유미주의를 대표하는 작가의 오스카 와일드의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이다. 그는 “배질 홀워드는 나 자신, 헨리 워튼은 세상 사람이 생각하는 나, 도리안 그레이는 내가 다른 시대에서 되고 싶은 나”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사상적인 분산을 작품 속에서 이중적인 모습으로 그렸다.
극 중 도리안 그레이는 김준수, 배질 홀워드는 최재웅, 헨리 워튼은 박은태가 분했다. 오스카와일드가 극명하게 표현한 세 인물인만큼 세 배우의 색도 도드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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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이라는 물음표가 ‘역시’라는 느낌표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김준수, 최재웅, 박은태의 합(合)이었다. 우선 김준수는 독특하고, 손에 잡히지 않는 인물을 탁월하게 표현할 줄 안다. 그의 전작을 보면 그가 표현할 수 있는 인물의 한계에 궁금증을 갖게 할 만큼 미묘하다. 그가 나타낸 도리안 그레이 역시 ‘영혼, 육체적으로 완벽한 인물’에서 타락해 자신의 색을 잃는 과정을 통해 인간 내면의 심연을 끄집어냈다.
최재웅과 박은태는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완벽한 무대를 만드는 배우다. 특히 ‘도리안 그레이’에서 최재웅은 고음 뿐 아니라, 안정적인 저음까지 완벽하게 표현한다. 침착하게, 조금도 흔들리지 않는 무대와, 절제하는 듯한 감성은 최재웅이기에 가능했다.
신예 홍서영 또한 너무나 다른 2인을 감쪽같이 해내 앞으로의 작품도 기대케 했다.
◇뮤직 비디오를 연상케 하는 영상? vs 새로운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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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에서 영상은 상상력을 극대화 시켜준다. 한정된 장소 안에서, 많은 것을 담기엔 턱없이 부족하기에, 영상으로 그 갈증을 해소한다. 단지 작품을 풍성하게 만드는 수단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도리안 그레이’는 인물의 고뇌와 고심, 폭발하는 감정과 표현할 수 없는 내면을 영상에 담아, 무대 위 인물의 감정을 극대화 시켰다. 원작이 담은 많은 사상을 한 편의 뮤지컬로 탄생시키기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인물들의 변화 뿐 아니라, 그들의 관계, 사상 등 담을 거리는 많지만, 모든 것이 ‘한계’일 수밖에 없다.
‘도리안 그레이’에는 체코에서 촬영한 영상이 무대와 더해진다. 마치 영화와 뮤지컬을 결합한 듯 하지만, 뮤직비디오를 보는 듯했다. 덕분에 ‘상상’보다는 ‘감정의 극대화’에 초점이 맞춰졌다.
◇배우들의 열연은 돋보였으나, 킬링 넘버는 어디에
‘도리안 그레이’는 배우들의 열연과 폭발하는 무대가 인상적이다. 영원한 아름다움에 대한 갈망과 인간적인 쾌락, 또 그에 발생하는 상황에 대해 주인공은 끓어오르는 감정을 터트린다. 그 정점은 넘버고, 눈길을 받기에는 충분했다. 하지만 극장을 나서면서 기억에 남는 킬링 넘버가 없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 창작뮤지컬의 가능성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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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직비디오를 연상케 하는 영상미는 빛나지만 개연성이 부족한 스토리와 초점을 찾을 수 없는 맥락 등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사실 ‘도리안 그레이’는
김진선 기자 amabile1441@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