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김진선 기자] 누구나 마음속에 잊지 못하는 ‘정인’(情人)이 있을 것이다. 노부부의 모습을 통해, 삶과 사랑, 가족, 그리고 정인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두드리는 작품이 있다. 바로 연극 ‘사랑별곡’이다.
‘사랑별곡’은 강화도의 한 시골장터를 배경으로 우리네 부모님의 ‘정’과 ‘한’의 정서를 나타내며, 죽음을 문턱에 두고, 하루하루 미련으로 살고, 지나온 세월에 미안함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진솔하게 담았다.
아늑하고 편안한 분위기의 시골집에 노부부는 일상적인 대화로 소소한 하루를 맞는다. 자녀들과 손자들에 대한 얘기부터, 동네 사는 얘기까지, 박씨와 순자는 모습은 평화롭다. 또 며느리 영숙은 몸이 좋지 않은 순자에게 약도 해주는 등 마음을 쓴다. 하지만 일상은 마냥 아름답지 않은 법. 순자의 딸 영순은 남편과 못살겠다고 말해 순자의 마음을 썩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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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증손자 돌잔치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순자는 꿈에서 자신이 잊지 못한 정인 김씨를 만난다. 김씨는 “오랫동안 기다렸으니 함께 가자”라고 손을 내밀며, 긴 길을 떠나길 청한다. 순자는 자신이 떠나면 끼니도 못 챙길 남편 박씨를 걱정하며, 한 걸음도 가볍게 떼지 못하지만, 그 과정에서 젊은 시절, 사랑하는 김씨와 이루어질 수 없었던 순자의 마음이 드러나, 연민을 들게 한다.
‘사랑별곡’은 “바람 다녀가셔요” 등 시처럼 아름다운 구절구절과 “사는 게 다 고생이지” “사는 거 탓하지마. 오늘, 내일, 모레 다 똑같아” “세월이 무섭더라” 등의 대사로 안타까움을 높인다.
특히 남편과 더는 못살겠다고 투덜거리는 딸에게 순자는 “좀 더 살면, 깎이고 깎여서, 닳고 닳으면 아무것도 아닌 게 된다. 깎아야지. 그럼 마음이 바위처럼 단단하게 될 것이다”라고 말하는 데, 우리네 어른들이 건네는 위안 같아 마음을 저민다. 이 대사는 손숙이 공감 가는 부분이라고 꼽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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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대사는 손숙, 이순재, 고인배 등 연륜에서 묻어나는 안정된 연기와, 마치 옆에서 말해주는 듯한 편안한 무대이기 때문에, 더욱 가슴에 와 닿는다.
순애보적인 사랑과, 이루지 못한 사랑에
김진선 기자 amabile1441@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