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 이름은 프랑수아 트뤼포(1932~1984년). 프랑스 영화 비평지 카이에 뒤 시네마의 평론가 출신으로 ‘400번의 구타’ ‘줄 앤 짐’ 등을 연출한 주목받는 신예 감독이었다. 히치콕은 편지를 받고 감격했다. 그리고 곧이어 답변을 보냈다. “당신의 편지에 눈물이 났습니다. 그런 찬사를 보내주시니 어찌나 감사한지요.”
할리우드 최고의 영화 감독과 프랑스 누벨바그 기수 간의 극적인 만남. 인터뷰 제안을 흔쾌히 승낙받은 트뤼포는 기쁨에 들뜬 채 할리우드 유니버셜 스튜디오로 날아갔다. 일생의 인터뷰를 위해 그가 준비한 건 히치콕의 전 작품에 관한 500여개의 심층 질문들. 트뤼포는 말했다. “매일 옷깃에 마이크를 달고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온종일 영화 이야기를 했어요. 점심 시간까지도요.”
25일 개봉하는 ‘히치콕과 트뤼포’(감독 켄튼 존슨)는 트뤼포가 히치콕과의 인터뷰를 통해 집필한 불후의 명저 ‘히치콕과의 대화’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다.
국내에서는 절판된 이 책을 바탕으로 켄트 존슨은 두 거장의 모습과 육성을 생생히 필름에 담는다. 그런 다음 히치콕의 자장 안에 있던 현 시대 거장들과의 인터뷰, 히치콕 작품의 유명 신들을 번갈아 비추면서 히치콕에 대한 진지한 논평과 열렬한 고백을 이어간다.
영화는 책이 그러했듯 ‘사이코’ ‘이창’ ‘현기증’ ‘새’ 등으로 대표되는 히치콕 작품들의 주요 개념들, 이를테면 서스펜스, 죄의식, 불안, 강박, 관음, 페티시즘 등 그의 영화세계 전반에 대한 탐구와 작품 제작기를 살핀다. 이를 통해 드러나는 건 히치콕이 할리우드 시스템에 종속된 감독을 넘어 자신만의 독특한 작품세계를 구축한 진정한 예술가였다는 것.
‘택시 드라이버’를 연출한 현 시대의 거장 마틴 스콜세이지는 “‘히치콕과의 대화’ 덕분에 우린 영화감독으로서 급진적으로 될 수 있었다”고 털어놓는다. 과거 히치콕의 글을 남김 없이 읽으며 영화 감독의 꿈을 키웠다는 ‘비포’ 시리즈의 리처드 링클레이터도 “히치콕은 시간을 조각하는 순간의 거장이었다” 고백하고, 아르노 데스플레생 또한 “자신의 공포를 두려움에 의한 떨림과 사랑에 의한 떨림이 차이가 없어질 때까지 매혹의 경지로 끌고간다”고 찬양한다.
트뤼포가 히치콕과의 대화를 시작한 당대는 ‘작가의 예술로서의 영화’에 대한 담론이 매우 활발하던 때였다. 트뤼포가 소속된 카이에 뒤 시네마 필진들은 예술가이며 작가로서의 히치콕의 위대함을 발견한 주역들인데, 특히 ‘히치콕과의 대화’를 쓴 트뤼포는 그런 그를 엔터테이너에서 위대한 예술가의 반열에 올려놓은 주인공이다. ‘마지막 영화관’을 찍은 피터 보그다노비치는 “(트뤼포의) 책 덕분에 히치콕의 평판이 결정적으로 바뀌고 히치콕이 훨씬 진지하게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세대도 문화도, 작품 스타일도
[김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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