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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너 강요셉 |
노래가 좋아 어릴적 하루종일 노래를 들을 수 있는 택시기사를 꿈꿨던 충청도 예산 출신의 소년은 30년 뒤 오페라 본고장 유럽을 주름잡는 ‘국가대표’ 테너가 됐다. 고난도로 악명 높은 아르놀트역을 빼어나게 소화한 덕에 지난 6월 권위 있는 ‘오스트리아 음악극장상’ 남우주연상을 동양인 최초로 받았다. 요나스 카우프만을 비롯한 최고 스타들과 같은 소속사에 둥지를 튼 그는 내년 8월 꿈의 무대인 뉴욕 메트로폴리탄극장 데뷔를 앞두고 있다. 오는 19일 예술의전당서 열릴 콘서트형 오페라 ‘파우스트의 겁벌’ 주역을 맡아 내한한 그를 지난 2일 정동극장에서 만났다.
“까놓고 말해 똑같이 잘하는 동양인과 유럽인 테너가 있으면 유럽인을 써요. 그래서 훨씬 더 잘해야 해요. 남들이 절대 못하는 저만의 장점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죠.” 장점을 찾는 여정은 길고 고됐다. 삼육대와 독일 베를린 국립음대를 거쳐 2003~2013년 베를린 도이치오페라극장 전속가수로 활동한 그는 단역부터 주역까지 수십개 작품에 참여했다. 계속해서 조연만 들어오자 극장 측에 “한번 주역으로 써보시고 영 아니면 그때 버리라”고 당돌하게 어필했다. 오직 실력만으로 2년마다 계약을 갱신하는 조건 아래 ‘모 아니면 도’의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악착 같은 노력 끝에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살인적 고음의 아리아 ‘밤의 여왕’ 하면 소프라노 조수미를 떠올리듯 이제 유럽 관객은 극도로 높고 맑은 소리 하면 ‘요셉 캉’을 떠올린다.
유럽 오페라극장들이 한국인 성악가 없이는 이제 제대로 운영이 안된다는 이야기를 꺼내자 “정말 그렇다”며 “오디션 프로그램들만 봐도 알 수 있듯 한국인들은 정말 노래를 잘 하는 민족인 게 분명하다”고 했다. “성이 K로 시작하는 동료 일본인 소프라노가 저만 보면 볼멘소리를 했어요. 콩쿠르에 나갈 때면 앞뒤로 ‘강’‘김’씨 한국인들이 너무 압도적으로 잘해서 손해를 봤다나요, 하하.” 타고난 가창력에 ‘악바리 근성’까지 겸비한 강요셉은 한국 성악가 전성시대의 표본과도 같다.
19일 무대에 올리는 베를리오즈의 ‘파우스트의 겁벌’에서 그는 권태와 고뇌에 빠져 악마와 치명적 거래를 하는 파우스트 박사로 분한다. “주로 맡는 ‘사랑에 빠진 남주인공’ 역할과는 참 다르죠. 노년의 고독과 청년의 패기를 모두 표현해야 하니까 훨씬 어렵습니다.” 지난해 5월 베를린에서는 그와 베이스-바리톤 사무엘 윤(45)이 각각 파우스트와 악마 메피스토펠레 역을 맡은 ‘파우스트의 겁벌’이 공연돼 한국 ‘성악 파워’의 진면목을 보여주기도 했다.
베를린에 둥지를 틀었지만 1년에 머무는 기간은 채 두 달도 안된다. 유럽 각지와 미국 호텔을 전전하며 매일 무대서 모든 에너지를 토해낸다. 반려견
[오신혜 기자 / 사진 = 한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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