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김진선 기자] 일명 ‘서태지 뮤지컬’이라 불리는 ‘페스트’가 베일을 벗었다. 서태지가 오랜만에 공식석상을 서는 것 또한 화제가 될 정도로, ‘페스트’는 실체보다 껍질이 더욱 주목받은 작품이다. 껍질을 놓고 본 ‘페스트’는 서태지의 노래가 녹아들어, 극의 감정이 극대화 됐다. 서태지의 음악이 그렇듯 파격적이고, 감성적이며, 현대적이면서 미래지향적이고, 또 파편적이다.
◇ 상징적인 인물들, 각자의 이야기
‘페스트’는 랑베르의 목소리로 진행된다. 랑베르는 5년 전 오랑시(市) 사람들을 죽음과 아픔. 절망에 빠트렸던 페스트를 회상한다. 극 중 오랑시는 욕망해소 장치와 행복유지 장치로 철저하게 제어 돼 불행하거나 아픈 사람이 없는 ‘행복한’ 곳으로 묘사된다. 모든 것이 시스템으로 통제 돼 인간 본연의 감정에서 우러나오는 행복, 사랑이 아닌, 조항과 자신의 의지대로 가다듬을 수 있다.
↑ 사진=스포트라이트 |
◇ 서태지의 음악이 그랬듯, 파격적인 시도
‘페스트’는 6년 간의 제작기간을 거친 만큼, 작품에 대한 시도와 열정이 곳곳에서 묻어난다. 원작에서는 2차 세계 대전 직후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작품에서는 2028년으로 배경을 바꿨고, 타루라는 인물 역시 성별이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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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작이 주는 굵직한 메시지는 과연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를 원작으로 하는 만큼, ‘페스트’의 주제 또한 가볍지 않다. 메리골드의 꽃말 ‘반드시 와야 할 행복’과 “행복하지 않은 순간은 없다. 우리에게 눈부시지 않은 날은 없었다”, “행복은 자기 자신에게 있다”라는 대사부터, “시민은 벌레 같은 존재야”라고 하는 코타르의 모습 등은 실존주의 문학이자, 부조리에 대해 정의하고 행복과 슬픔, 어둠과 빛, 삶과 죽음과 같은 이원성에 관해 말하는 작가의 의식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작위적으로 해피엔딩으로 맺으려는 구석이 ‘페스트’에는 없다.
◇ 배우들의 감각적인 표현과 열연, 그럼에도
↑ 사진=스포트라이트 |
서태지의 음악이 주(主)를 이룰 뿐 아니라, 오케스트라의 웅장함이 더해진 것이 ‘페스트’의 강점이다. 하지만, 스토리텔링 중심의 극 진행은, 넘버보다 ‘대사’에 힘이 실려 뮤지컬 본연의 맛을 덜게 만들었다. 게다가 앙상블의 목소리가
김진선 기자 amabile1441@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