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출신에 친구들은 너나없이 마초라고 부르던 남자가 ‘전향’했다. 계기는 아내의 출산. 의사에 대한 불신으로 자연분만을 고집하다 아내가 큰 고통을 겪은 후 그는 블로그에 반성문을 올렸다. ‘분만실 40시간 체험, 군대보다 더 무서워’라는 글로 그는 별안간 페미니스트가 되어버렸다. 욕으로 도배된 댓글의 융단폭격을 받은 것. 오히려 악플은 그를 춤추게 했다. ‘남자들의 세계’를 진지하게 들여다보기로 한 것이다.
‘진격의 대학교’‘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 등의 문제작을 연이어 낸 사회학자 오찬호(38)가 신간 ‘그 남자는 왜 이상해졌을까’(동양북스)를 냈다. 전화로 만난 그는 “사회학자는 가설을 만들고 간접 경험을 통해 현상을 분석하는데, 이 사건은 직접 내 삶이 실험실이 되게 만들었다. 운이 좋은 케이스였다고 할까. 악플이 달리니 학자로써 오히려 피가 끓었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남자들의 이야기를 쓴 이 책은 여성차별적 시각으로 살아온 자신에 대한 반성으로 가득하다. 저자는 한국 남자를 이해하는 코드로 ‘군대’와 ‘학교’, ‘남성 생계부양자 모델’을 꼽는다. 권위주의에 절어있는 학교, 폭력과 복종만이 진리인 군대를 거치면서 생물학적 ‘남자’는 점점 사회적 ‘남성’으로 변해간다는 것. 그 결과 소통과 공감 능력을 상실한다. ‘일베’와 같은 약자를 공격하는 남성들의 집단 세력화를 부른 것도 그 때문이다. 이는 결국 결혼율과 출산율을 떨어뜨리는 등의 사회문제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평범하다고 생각하는 대다수 한국 남성들조차도 ‘기울어진 운동장’안에서 사고한다고 꼬집는다. 그는 “세계 성평등지수에서 한국은 객관적으로 꼴찌수준이다. 남자가 1의 권리를 가지면 여자는 0.6의 권리를 가진다. 안보적 이유 때문에 군대를 다녀왔는데, 군대적인 특징이 사회에서 필요해지면서 일어나는 문제다. 군대를 다녀온 남성들은 군대를 증오하면서도, 군대 문화를 벗어버리지 못한다”고 했다.
책에서 그는 ‘개저씨는 혁명의 단어다’라고 썼다. ‘꼰대질 일삼는 중년 남성’을 일컫는 이 신조어가 남성들을 ‘전향’시킬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그는 “모든 중년이 개저씨라는게 아니다. 다만 누구나 나도 개저씨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게 중요하다. 잘못하면 그렇게 될수도 있겠다는 긍정적인 압박이 사회와 개인을 변하게 할 수 있다”고 했다.
보수화되는 20대, 기업의 노예가 된 대학 등 논쟁적인 이슈를 누구보다 빨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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