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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이클 키벅 지음, 이효석 옮김, 황인종의 탄생, 현암사 펴냄 |
피르스는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중국 여성들은 우리와 같은 백색이며, 에스파냐 귀부인 같다.”
대항해시대의 초기. 아시아의 피부색은 황색이 아니었다. 이 책은 ‘백색 동아시아인’이 ‘황인종’으로 마술처럼 둔갑하는, 300년에 걸친 오해의 신화를 고발하는 책이다.
서구인과 처음 조우한 동아시아인은 백색인이었다. 그들의 피부가 노란색으로 통용된 건 인위적인 규정 탓이다. 1735년 생물분류학의 아버지 린네는 아시아인의 피부색을 ‘어두운 색(fuscus)’로 썼다. 1795년 해부학자 블루멘바흐는 무려 인종적 범주의 ‘신상품’을 만들었다. 바로‘몽고인종’이었다. ‘황색’과 ‘몽고인종’은 인류의 색상표의 한 자리를 차지했다. 중국인, 일본인, 한국인은 황인종이 ‘되었’다.
하얀색의 순수성은 ‘백인종’인 서구인의 자존심이었다. 그 외의 피부색은 열등했다. 19세기 후반에 이르면서 황색을 둘러싼 악질적 인종주의가 탄생했고, 바야흐로 ‘백인종-황인종-흑인종’이라는 인종주의적인 위계 질서가 탄생하고야 만다.
황인종이란 수식어를 동아시아인이 수동적으로 수용하기만 한 건 아니었다. 캉유웨이는 중국인을 ‘금색인’으로 불렀다. 은색인인 서구인보다 우월하기 때문이다. 일본인들도 자신들을 황색으로 규정하면 불쾌해 했다. 그럴수록 서구에서는 황색성의 개념이 더 강화됐고 황색은 하나의 인종적 범주로 표현되고 말았다. 황인종에 발끈하는 현대인보단 그대로 주입당하는 이들이 더 많다.
저자 마이클 키벅은 “진실로 중요한 점은 황색인이라는 개념이 신체를 묘사한 특정 종류의 글이나 목격담에 의거해 도출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어 “백색은 20세기 초부터 오직 서구인에게만 허용된 개념”이라고 지적한다.
애플이 올해 초 발표한 iOS의 최신 버전 8.3 버번은 ‘심슨 논란’이 거셌다. 이모티콘 300여개가 추가됐는데 피부색이 너무 샛노랗던 것.
황인종을 싸잡아 ‘노란색 피부’로 통칭한 애플에 “만화 캐릭터 심슨 같다” 혹은 “황달에 걸린 거냐”는 비난
“이제 이 단어를 그만 사용해야 할 때가 되지 않았는가? 왜 아직도 누군가를 황인종이라고 불러야 한단 말인가?”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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