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신저는 서로 다른 사고방식들이 현재에 이르러 어떻게 발전되어 왔고, 어떻게 서로의 국가와 지역, 전 세계 역사를 형성하게 되었는지 자문하고 있다. 그들이 서로 접촉했을 때 어떤 사건들이 발생했으며 시대에 따라 정당성과 힘의 균형 어떻게 짜맞춰 왔는지, 더 나아가 각각의 세계 질서가 지금 어떤 상태이며 어떻게 국가들 간 관계를 형성 중인지를 밝힌다.
이러한 질문들에 답하기 위해 그가 의존한 건 평생에 걸친 역사 연구와 세계적인 정치가로서의 고유 경험이다. 책은 역사적 변화가 발생하는 과정부터 성공한 지도자와 실패한 지도자가 엇갈리는 이유, 국가를 규정하는 이념으로부터 국가가 얼마나 멀어질 수 있는지에 대한 의견 등 한평생 정책 입안자로 살아온 그의 역사적 통찰로 가득하다.
세부적으로 유럽 연합의 형성과 브렉시트의 배경이 되는 문제점들, 세계 각지의 테러 문제, 한국전쟁에 대한 새로 시각, 그리고 미중 관계의 미래와 유럽연합에 다가올 변화 등에 대해서도 설득력 있는 통찰을 제공하기에 시간이 걸려도 천천히 정독하며 읽어볼 것을 권한다.
마지막 결론도 곱씹을 만하다. 그는 “젊은 시절의 나는 나 자신이 ‘역사의 의미’에 대해 공언할 수 있다고 생각할 만큼 자신만만했다”고 쓴 뒤, “이제 나는 역사의 의미는 선언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발견되는 것임을 깨달았다”고 털어놓는다
“모든 세대는 인간의 조건과 관련된 가장 중요한 쟁점들을 직면했는지 여부에 의해 평가받을 것이다. 어떤 결과가 발생할지 알게 되기 전에 그들이 직면한 도전에 대한 결정은 정치인이 내려야 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최선을 다해 답해야 할 문제라는 것을 말이다.”
[김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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