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해서 그런 게 아닐까요? 제 목소리는 악기 소리 같다는 말을 들어요. 어디든 섞일 수 있는 가능성을 품고 있죠.” 박민희는 중요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 이수자다. 가곡이란 조선시대 양반들이 실내에서 알음알음 모여 즐기던 일종의 조선판 ‘살롱 뮤직’으로, 아름답게 간드러진 기교로 시구(詩句)를 느리게 읊는 전통 노래다. 대중적 기반이 두터운 판소리나 민요에 비해 오늘날 덜 알려진 장르. 어릴 적 피아노와 합창을 즐겼던 소녀는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가곡 선율에 매료돼 딸에게 적극 추천한 아버지 덕에 이 흔치 않은 길을 택했고 국립국악고와 서울대에 진학했다. “소리가 예뻐서 저도 마냥 좋았어요. 다른 국악 장르에 관심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말예요.”
2000년대 중반 안은미의 작품 ‘바리’에 캐스팅된 게 컬래버레이션 여정의 시작이었다. 여린 체구에서 당차게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를 보고 안은미는 “안 그리 생겼는데 되게 적극적인 애였구나”라고 혀를 내둘렀다. 재작년에는 그의 공연을 보고 감명받은 안애순 단장의 요청으로 국립현대무용단 신작 ‘이미아직’에서 삶과 죽음 사이 경계를 뛰노는 무당 역으로 활약했다.
“장르 간 컬래버레이션이 성공하기란 참 어려워요. 100번 중 한두번 있을까 말까죠. 그저 얄팍하게 섞이는 게 아니라, 경계를 무너트리고 전에 없던 전혀 다른 것을 창조하기 위해 치열하게 대화해야 해요.” 이 당찬 가객은 올 여름 클래식 음악에 손을 내밀었다. 오는 26일 국립극장서 열리는 ‘작은 밤의 노래’ 콘서트(최수열 지휘)에서 영국 작곡가 브리튼의 세레나데 중 테너 파트를 우리의 가곡 선율로 풀어낸다. 최 지휘자 역시 3년 전 그의 무대를 보고 반해 적극 러브콜을 보냈다. 지난 16일엔 같은 무대서 재즈피아니스트 조윤성의 공연에 게스트로 참여했다.
“정통 국악만 하는 선생님들께선 이런 제 시도들을 별로 좋아하진 않으세요. 하지만 공연을 본 100명 중 한둘은 가곡이 궁금해져서 정통 공연도 찾아 오시죠. 국악에 있어선 ‘검은 머리 미국인’ 같은 우리 관객들의 낯섦을 풀어주고 싶어요.” 전시, 영상 등과 가곡의 결합도 추구하는 ‘전방
[오신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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