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시바타 신의 서점 인생 50년을 저널리스트 이시바시 다케후미가 3년에 걸쳐 인터뷰한 기록이다. 물론 그는 오랜 서점 경영과, 두어권의 출판 관련 서적을 낸 것말고는 놀라운 일을 해낸 인물은 아니다. 그럼에도 일본 서점 업계의 선구자로 불리는데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1960~70년대 도쿄 호린도 서점의 매장 책임자로 일하며 매일 각 책의 판매 부수와 재고 부수를 파악해 매장 운영에 활용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컴퓨터와 POS시스템이 보급되기도 전에 재고 관리의 기초를 닦은 셈이다.
그는 평범한 사람이었다. 중학교 교사, 약품 회사 트럭 운전사, 서점 직원이 됐다. 1966년, 서점 입사 이듬해에 외판원을 거쳐 서점에서 그가 처음 맡은 직책은 멀뚱하게 서있는 것이었다. 책도둑을 감시하는 일었다. 책이 뜨겁게 팔리던 시절이라, 현금을 준비하는 것도 일이었다. 은행에서 차로 현금을 실어다줬지만 그조차도 모자라면 아르바이트생 ‘돌격부대’를 만들어서 경륜장을 털기도 했다.
경영자가 된 뒤엔 이 인문전문 서점이 꿋꿋이 살아남도록 이끌었다. 그는 자신이 ‘서점 업계의 스타’로 불리는걸 싫어한다. 서점의 책임자인 준코 팀장과 미치루 사원은 시바타 신에게 존댓말을 쓰지 않는다. 처음 본 사람들은 그들을 손녀나 친척으로 오해할 정도다. 대학 시절부터 파트 타이머로 일하기 시작해 그대로 정직원이 된 이들이다. 책을 손님에게 제공하려면 매장을 만들고, 서가를 구성하고, 책을 효율적으로 매입하는 것까지 빈틈없이 이뤄져야한다. 이는 직원 한 사람의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래서 그는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제 역할을 해내는 것이라고 중요하다고 말한다.
시바타 신은 고고한 이상을 지난 상인은 아니다. 원칙은 하나다. “휘파람을 불며 책을 팔자”. 경영은 자금 융통을 즐기는 것이라고 말할 정도다. 매달 결산을 하기위해 은행에 가서 머리를 조아리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손을 더럽히지 않고 마냥 즐길 수는 없다는 말이다. 돈의 흐름을 유지하기 위해 그가 할 수 있는 건 도움 받을 관계를 만드는 일이었다. 다시말해 사람에 대한 예의를 지키고, 언제든 찾는 사람에게 시간을 내주는 일이다.
유흥가 여관집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에도시대부터 전해져온 격언을 따른다. ‘7대 3의 길을 가라’는 말. 길의 3분의 1은 자신이 걷고, 나머지는 소방수나 마차를 위해 비워두던 풍습이다. 그는 인관관계에 있어서도 7할의 시간은 늘 남을 위해 비워둔다. “장사의 세계란 기본적으로 ‘야생동물의 길’을 걷듯 험난해. 지금의 불황을 극복하면 뭔가 좋은 일이 생길 것이다, 그렇게 기대하는 거지.”
그가 기억하는 출판 시장의 정점은 1991년이었다. 미야자와 리에의 누드 사진집 ‘산타페’와 이와나미쇼텐의 일본어 사전 ‘고지엔’이 동시에 판매되면서 서점이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후는 내리막길. 일본의 서점도 점점 설자리를 잃어갔다. ‘원피스’도 ‘진격의 거인’도 팔지 않는 그의 서점은 베스트셀러가 터지길 바라는 ‘도박’대신 ‘보통 서점’의 길을 걷는다. “세상에 해야 할 말을 제대로 된 문장으로 표현한 책, 제대로 편집한 책이라면 그 책을 사는 손님은 반드시 있다”는 철학으로 버텨왔다. 이것도 팔고, 저것도 끼워주다보면 양서와의 만남을 이어가는 서점의 본분에서 멀어진다고 그는 고집한다.
물론 작은 서점으로 치열한 전쟁에서 버틴 건 진보초라는 입지, 모기업이었던 출판사 이와나미쇼텐의 영향력, 시바타 신의 교섭력, 현장 직원들의 서가 진열 능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거기에 소상인으로서 포기하지 않고 할 수 있는 것을 다했다. 예를 들어 1970년 미시마 유키오가 자살했을때, 뉴스를 본 순간 그는 최대한의 현금을 확보해 고단샤로 뛰어갔다.
그는 “거대 자본을 가진 자만이 서점을 할 수 있는 세상이 되다면 책의 세계는 아마도 망가지고 말 것”이라고 말하는 고집쟁이 장사꾼이다. 시바타 신의 책 ‘좋은 가게 번창하다’에는 ‘공존하는 개별성’이라는 말이 있다. “진보초는 고서점을 비롯해 각종 가게가 각자의 개성을 지니고 있으며, 서로 보완하며 커다란 책의 거리를 형성하고 있다”고 그는 믿어왔다.
최근 들어 극심해진 경영난을 극복하기 위해 출판사와의 직거래구조를 만들려고 애쓰고 있다. 아마존과 대형서점의 공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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