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김진선 기자] 극장에 들어서는 순간 숨을 내쉬는 것조차 조심스러워진다. 약 20평의 협소한 공간을 둘러싼 객석은 객석이 아니라, 착석하는 순간 등대 안에 자리한 인테리어 소품이 돼 버린다. 분위기로 마음을 얼어붙게 만든 후, 긴장감으로 시종일관 긴장을 놓을 수 없게 만든다.
‘사이레니아’는 분위기로 압도한 후, 극이 진행될수록 더욱 농후한 긴장감으로 옴짝달싹 못하게 만든다. 이 작품은 1987년 폭풍우가 몰아치던 어느 수요일, 영국 남서쪽 콘월 해역에 있는 블랙록 등대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뤘으며, 블랙록 등대지기 아이작 다이어가 의문의 구조 요청을 남긴 채 실종되기 전 스물한 시간의 일을 담았다.
전해지지 않는 무전기와, 전파가 터지지 않는 라디오의 소리는, 어두컴컴한 등대 속 분위기를 엄습해, 마음을 졸인다. 아이작이 실종된다는 것을 인지했음에도, 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게 되는 것은 분위기의 힘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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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Story P |
특히 의문의 여인과 아이작 관계의 실타래가 풀리기 시작하면서, ‘사이레니아’는 생각지도 못한 파도를 만나 표류하는 배처럼, 관객의 사고를 뒤흔든다.
이는 차가운 공기 속에서 열연을 벌이는 배우들의 모습에서 긴장감은 배가 된다. 홍우진과 이형훈, 전경수와 김보정은 각기 다른 아이작과 의문의 여인으로 다양한 극의 해석을 내놓는다. 같은 극이라도 분위기가 다른 두 배우의 호흡을 보는 것 또한, ‘사이레니아’를 즐길 수 있는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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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배우의 발걸음조차 숨죽이고 느낄 수밖에 없는 ‘사이레니아’ 무대는 협소하지만 견고하다.
김진선 기자 amabile1441@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