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리 향기’(1996)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거머쥐었던 이란 영화의 거장 압바스 키아로스타미가 암 투병 끝에 프랑스 파리의 한 병원에서 4일(현지시간) 별세했다. 향년 76세.
1940년 이란 테헤란 태생인 그는 1970년 단편 ‘빵과 오솔길’을 시작으로 수십 편의 영화들을 만들어 온 이란 영화의 기수였다.
테헤란 예술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한 그는 1960년부터 광고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10여 년간 150편의 광고 필름을 찍었다. 1969년에는 청소년지능개발센터(카눈)에서 영화부를 신설해 어린이 영화를 본격 연출하는데, 단편 ‘빵과 오솔길’ ‘쉬는 시간’ ‘리포트’와 장편 ‘여행객’ 등은 모두 카눈에서 어린이들을 소재로 만든 영화들이다
키아로스타미는 일본의 오스 야스지로, 대만의 허우샤오시엔, 중국의 지아장커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던 아시아 최고의 영화 감독 중 한명이었다. 그런 그를 세계 영화계에 처음 알리게 된 건 1987년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인데, 이 영화로 로카노영화제 청동표범상을 받은 이후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 ‘체리향기’ 등을 연출하며 최고의 명성을 얻는다.
생전의 그가 가장 아낀 작품은 ‘클로즈업’이었다. 실업자 영화광인 사브지안이 이란의 인기 감독 모센 막발바크를 사칭하며 고소당한 실화를 다룬 이 영화는 실제 사건과 허구를 혼재시키며 영화와 현실의 경계를 허물었다고 평가받는다. 그의 영화의 총정리라 할 수
2005년 제10회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 심사위원장, 아시아영화학교(AFA) 교장을 역임하는 등 부산영화제에도 커다란 관심과 애정을 보였다.
[김시균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