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거 스미스의 소설은 복잡하게 꼬인 이야기와 반전으로 호평을 받은 작품이기도 하다. 그 탓인지 관람객 중에는 영화와 원작의 다른 결말을 비교해보려 책을 함께 구입했다는 후기를 남기는 이들이 많다. 덕분에 ‘핑거스미스’는 6월 2주 교보문고에서 베스트셀러 18위, 예스24는 20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빛바랜 역사소설이 영화 덕분에 ‘부활’한 것이다.
‘스크린셀러’ 바람이 다시 불고 있다.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들이 속속 개봉을 하면서, 베스트셀러 차트가 요동치고 있는 모습이다. 2013년 ‘꾸뻬씨의 행복여행’이 종합 2위, 2014년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이 종합 1위를 차지한 이후 한동안 대형 히트작이 뜸했던 차였다. 올 여름 들어 ‘핑거스미스’와 ‘미 비포 유’‘오베라는 남자’‘7년의 밤’ 등의 순위가 일제히 오르면서 모처럼 스크린셀러가 되살아나고 있다.
조조 모예스의 ‘미 비포 유’는 2013년 상반기의 최대 히트작. 시한부 환자와 간병인의 절절한 러브 스토리를 그려 20~30대 여성들의 전폭적 지지를 얻었다. 6월 1일 개봉해 2주만에 50만명을 동원한 영화 보다 책의 인기상승세가 더 가파르다. 이 책은 6월 2주 교보문고와 예스24에서 나란히 7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지난해 여름 최대 베스트셀러였던 ‘오베라는 남자’도 영화가 5월 말 개봉 뒤 판매량이 뛰었다. 올들어 베스트셀러 차트에서 사라졌던 이 책은 종합 20위권까지 올라왔다. 출판사인 다산북스의 김현정 문학팀장은 “시사회가 시작되면서부터 4~5월부터 판매량이 늘기 시작했다”며 “매니아가 있던 책이 영화화 되면 스테디셀러로 자리잡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스크린셀러는 ‘관객’이 ‘독자‘로 유입되면서 만들어지는 베스트셀러다. 영화가 성공했다고 모든 원작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것도 아니고, 그 반대의 인과관계도 꼭 성립하는 건 아니다. 둘쭉날쭉하는 성적 탓에 출판계에서는 ‘스크린셀러의 공식은 없다’고까지 말한다. 영화화 소문에 높은 선인세를 들였음에도 성공하지 못한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올초 아카데미 시즌에 출간된 ‘레버넌트’‘빅쇼트’등의 책은 영화의 인기에 편승하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 3편의 스크린셀러는 영화 흥행보다는 원작 자체의 재미가 중요하다는 공식을 입증해준다. ‘핑거스미스’는 세라 워터스의 골수팬들이 있을 만큼 검증된 원작이고, ‘미 비포 유’와 ‘오베라는 남자’도 이미 독자들의 검증을 거친 베스트셀러였다. 예스24 김성광 문학MD는 “독자의 정체성 보다는 관객의 정체성이 강한 이들이 도서 구매로 유입될 때, 원작 도서에 대한 평이 진입장벽 역할을 하거나 윤활유 역할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하반기에도 스크린셀러 인기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제3의 사랑’, ‘7년의 밤’, ‘덕혜옹주’ 등 소설 원작 영화들이 개봉을 앞두고 있어서다. 송승헌 유역비라는 한·중 커플이 주연으로 만난 ‘제3의 사랑’의 원작은 본토에서만 1000만부 이상 팔린 멜로 소설 ‘제3의 사랑’이다.
권비영의 ‘덕혜 옹주’는 원작 자체가 밀리언셀러를 기록한 히트작이었던
[김슬기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