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김진선 기자] 한 아이의 아버지인 누군가는, 사실 다른 이의 아들이기도 하고, 또 다른 사람의 오빠이기도 하다. 한 여자의 사랑하는 대상이기도 하고, 글을 쓰는 작가이기도 하다. 누구처럼 하고 싶은 꿈이 있고, 사랑도 하고 싶다. 하지만 아버지라는 책임감 때문에 그럴 수 없다. 가족이라는 족쇄 아닌 족쇄에 자신을 옭아버린 것이다.
‘킬 미 나우’는 선천성 장애를 지닌 소년 조이와 그의 아버지 제이크가 겪는 갈등을 통해 장애인과 장애인 가정의 삶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선천성 장애 때문에 목욕조차 혼자 하지 못하는 조이지만, 그가 성인이 돼 가는 모습에 제이크는 기쁘면서도 자신이 해줄 수 있는 점과 그렇지 못한 것에 대한 고민이 늘어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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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극열전 |
‘킬 미 나우’는 조이의 게임에서 나오는 대사다. 하지만 제이크가 “킬 미 나우(Kill Me Now) 라고 하는데 힐 미 나우(Heal Me Now)로 들려”라고 하는 것처럼, 이 작품은 죽음에 대해 얘기하지만 동시에 삶과 욕구, 본능, 가족과 사랑에 대한 감정을 밑바닥부터 훑는다.
상황이 극한 방향으로 흘러가지만, 그 안에서 다시 시작과 희망, 성장이 보이고, 삶은 다 그런 거라는 위안을 건넨다. “나를 죽여 달라”고 하지만, 정작 보면 “나를 살려달라”고 간절히 전하는 것 같아 더욱 애처롭고 애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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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가 장애를 가졌건 그렇지 않든 간에 중요한 것이 아니다. 백조가 되지 못한 오리더라도, 가족이기에 아들이기에 오빠기에, 친구이기 때문에 어떠한 상황이 와도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수용할 수 있는 것이다. “태어나는 모든 아이는 완벽한 존재다. 태어나는 그 순간 그 존재 자체만으로 모든 것을 완벽하게 만든다”라는 제이크의 책 속 내용처럼, 당신은 이미 누군가에게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킬 미 나우’는 마음에 되새김질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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