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김진선 기자] 정말 감사한 일이죠. 무대를 위해 준비하고 있는 하루하루가 행복한 고민이에요
등장하자마자 대학로 블루칩으로 통하고 있지만, 만나보니 순수하고 풋풋하다. 작은 칭찬에도 양 볼이 발그스레해 지고, 사소한 것에도 감사함을 느낀다. 뮤지컬 ‘뉴시즈’로 주목을 받고 있는 신예 강은일의 얘기다.
강은일은 ‘감사함을 아는 배우’였다. 오디션을 보자마자 비중 있는 역할을 꿰찼을 뿐 아니라, 그의 실력이 입소문을 타면서 팬 층도 꽤 탄탄해 졌다. 조금은 목에 힘이 들어갈 수도 있지만 강은일은 무대 앞에 겸손했고, 배우라는 이름에 당당했다. 왜 오디션에서 그를 크러치 역으로 단번에 낙점했는지 공감할 수 있는 지점이었다.
↑ 사진=오디컴퍼니 |
“가족들이 많이 기뻐해요. 어머니는 5번, 형이랑 아버지는 1번, 큰누나는 3번, 작은누나는 4번을 봤대요. 또 보러 온다고 하더라고요. 배우들만의 색이 달라서 가족들도 또 보러 오는 것 같아요.”
첫 무대가 대극장에, 맡은 역할도 빠져서는 절대 안 되는 인물. 크러치는 극 중 잭 캘리의 가족 같은 친구이자, 파업을 시작했을 때도 잭 캘리의 마음을 움직이는 큰 이유가 되는 중심인물이다. 잭 캘리 역에는 온주완, 서경수, 이재균이 열연 중이다.
“형들이 많아서 정말 좋아요. 첫 작품이고, 첫 작업인데 함께 하는 분들이 좋아서 더 즐거워요. 나이 차이도 또래가 많아서 소통도 잘 되고요. 연습할 때는 땀 냄새가 나긴 했는데 전 그게 좋더라고요. 편하고 좋았어요. 극장에 오고 나서는 방이 나뉘었지만, 좋은 사람들과 함께 무대에 올라 기뻐요.”
강은일의 말끝에는 웃음이 묻어났다. 순수하고 맑은 기운이 여지없이 느껴졌다. 맑고 청아한 목소리 역시 강은일다웠다. 한 마디 한 마디 내뱉는 말소리에도 맑은 시냇물이 흐르는 듯 깨끗했고 흐름이 느껴졌다.
“사실 노래하는 게 무서웠던 적이 있어요. 전 몸을 움직이는 것을 좋아해요. 춤을 추고, 마임을 하는 것처럼 몸으로 연기하는 것에 희열을 느껴요. 제가 한림예고를 졸업했는데, 학교에서 아크로바틱, 현대무용, 발레 등 여러 춤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됐어요.”
특히 극 중 목발을 짚고, 다리 한 쪽을 절어야하기 때문에, 몸이 성치 못할 수 있다. 포커스가 강은일에 맞춰져 있지 않고, 무대가 캄캄해도 다리 움직임이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는 모습으로 관객들에게 박수를 받고 있다. 강은일은 무대에 오르면서 조금씩 요령을 터득하고 있다고.
“더 열심히 절어야겠네요(웃음). 다리는 안 아파요. 제가 힘을 주는 게 아니라 버틸 수 있는 목발이 있어서, 한 쪽 다리를 거의 쓸고 다니죠(웃음). 다 같이 노래 부르는 장면이 있는데 뉴시즈가 많아서 가끔 목발을 밟거나 칠 때가 있어요. 처음에는 골반이나 허리가 아팠는데 제가 요령을 찾아서 괜찮아요.”
하지만 첫 작품이고, 원캐스트라서 힘들지 않을 수 없다. 잘해야 하는 부담은 물론, 몸 관리에도 철저한 관심이 필요했다. 강은일의 일주일, 한 달 모두 작품에 몰두해 있었다.
“월요일 하루 쉬는 날도 쉬지 않아요. 휴식하고 바람 쐬고 일찍 자고 컨디션 조절을 하죠. 목이 안 좋으면 불안하더라고요. 약 먹고 자서 또 깨서 체크하고 그래요. 작품하면서 배 즙, 수세미, 도라지가루 등도 챙겨먹고 있어요.”
원래는 아역 레스 역으로 오디션을 봤지만, 강은일은 크러치 역으로 무대에 올랐다. 모성애를 자극하는 강은일의 에너지에 연출진들은 마음이 움직였다고.
“거의 매일 공연을 하지만 눈물을 많이 흘린 날이 있어요. 아주 당연한 것조차 혼자 못하는 게 슬펐던 것 같아요. 특히 크러치는 잭 캘리와 남다른 관계잖아요. 처음엔 빈공간이 많아서, 제가 메꿔야할 감정적인 부분이 있었어요. 왜 가족이 없고, 왜 친구들에게서 가족애를 느낄까에 대해서요. 분명 크러치는 버림을 받았을 것이고, 그 텅빈 감정을 잭 캘리가 채워준 게 아닐까하고 다가갔어요.”
크러치가 되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는지 여실히 느껴졌다. 때문에 작품을 본 관객들의 반응에도 귀를 기울이고 있다. 작품에 대해서는 조곤조곤 자신의 생각을 펼쳐 보이더니, 앞으로 하고 싶은 작품을 묻자 이내 눈이 반짝인다. 한 치의 고민도 없고, 단박에 답을 내놓는다.
“‘헤드윅’이요. 영화도 많이 봤고, 조승우가 하는 것은 세 번 봤어요. 함께 할 날이요? 제가 보고 큰 대선배 같은 분이라서 많이 떨릴 거 같아요. 조정석도 좋아해요. 사람으로서 좋고 끌려들어가더라고요.”
‘뉴시즈’를 하면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그들의 삶에 대해 듣는 것이 즐겁다는 강은일. 다른 사람들의 시각, 관점, 의견 등을 들으면서 자신의 생각의 폭도 넓히고 타인에 대한 생각도 하게 된다고 벅찬 심정을 내보였다. 타인이 돼야 하는 배우에게 이토록 좋은 마음가짐이 또 있을까. 강은일을 ‘실력파 신예’라는 말로 규정짓기보다 그가 앞으로 내보일 창창함에 고개를 돌려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요즘에 드는 생각은 욕심이 많이 생긴다는 거예요. 물론 힘든 부분도 있지만, 다음 작품을 비롯해서 뮤지컬, 영화 등 새로운 것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무언가를 시작할 때 쉽지 않은 부분이 있지만 새로운 것을 배우면서 또 해소하고, 그 해소하는 과정에서 극복할 수 있는 힘이 생길 거라고 믿어요.”
김진선 기자 amabile1441@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