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2집 ‘사춘기 上’을 발표한 이래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는 악동뮤지션을 11일 오후 소속사 YG 사옥에서 만났다. 오빠는 연보랏빛, 동생은 밝은 붉은빛으로 머리에 물을 들였다. 어리고 상쾌한 에너지가 뿜어져 나오다가도 대답할 때면 나이답지 않은 진지함이 보였다.
“1집 때는 아이 같은 모습만 보여드렸잖아요. 하지만 저도 어른이 됐고 수현이도 많이 자랐죠. 어른이 되는 과정에 있는 사춘기 시절의 생각들을 기록해보고 싶었어요.”(찬혁)
그런 의미에서 앨범 제목 ‘사춘기’의 ‘기’는 기록할 기(記)다. 남매가 직접 겪어낸 사춘기의 면면은 고스란히 노래들에 담겼다.
“사람들은 모두 내가 외계인 같다 해/ 차라리 진짜면 이해가 돼”(2집 수록곡 ‘주변인’)라며 사춘기 특유의 혼란스럽고 우울한 감성을 담는 동시에 “초록창가 사이 꽉 채워진 무지개(…) 푸르스름한 손길로 네게 행운을 빌어줄게/그래 믿어봐”(‘초록창가’)라며 꿈꾸는 청소년들을 밝게 응원하기도 한다.
“몇년 전 오빠가 사춘기를 격을 땐 집안에 늘 폭풍이 일었어요. 전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꼴이었죠, 하하.”(수현) “그때 아빠가 반항하던 제게 ‘외계인 같다. 넌 어느 별에서 온거냐’고 말씀하시곤 했어요. 그땐 상처를 많이 받았었죠.”(찬혁)
새 앨범의 두 타이틀곡 ‘RE-BYE’와 ‘사람들이 움직이는 게’는 발표 이래 일주일 간 꾸준히 주요 음악차트 톱 10에 자리잡고 있다. 지난 5일 서울숲에서 열린 악동뮤지션의 2집 발표 기념 청음회에는 1만 명 관객이 바글바글 모였을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 이수현은 “순위에 대한 부담감이 당연히 있었죠. 사실 2년의 공백기가 있었던 만큼, 저희에 대한 관심이 줄지 않았을까 걱정도 많이 했는데…. 이렇게 사랑해주셔서 너무나 감사하죠”라고 말했다.
일상의 순간들을 독특한 시선으로 잡아낸 섬세한 가사에 얹은 소박한 통기타 선율은 이들의 전매특허. 2집에서는 이런 스타일을 유지하면서도 소속사 YG의 영향을 받아 뮤직비디오나 퍼포먼스의 스케일을 보다 키웠다.
지금까지 악동뮤지션의 모든 노래는 오빠인 이찬혁이 작사·작곡하고 노래는 남매가 함께 불렀다. 그러나 동생의 성장 기세 또한 무섭다.
“오빠와 저의 음악적 색깔이 각자 점점 더 뚜렷해지고 있어요. 지금까진 제가 오빠 색깔에 맞춰갔지만 앞으로는 저도 조금씩 작사·작곡에 참여할 계획이에요.”(수현)
“처음엔 수현이가 제 스타일을 따라하기만 해서 눈길도 안 줬는데 어느날부터인가 수현이 만의 색깔이 딱 생긴 거예요. 정말 놀랐죠.”(찬혁)
이번에 발표
[오신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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