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거대한 천막 안 다양한 곡예와 기묘한 볼거리로 사람들을 웃고 울렸던 서커스가 사람들의 무관심 속 이제는 ‘옛 추억’ 속으로 넘어가고 있다.
현재 공연되고 있는 수많은 공연 중 ‘서커스’라는 명칭이 붙은 공연은 손에 꼽을 정도이며, 그나마 대중에 널리 알려진 동춘서커스의 경우 공연장소와 관련해 접근성이 떨어지면서 쉽게 찾아가기 어려운 상황이다.
성인 중 서커스 관람을 한 사람보다 그렇지 못한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으며, 지난달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40회 국제 서커스 페스티벌이 열렸음에도 우리나라에서 만큼은 지나치게 조용했다. 그도 그럴 것이 국내 현존하고 있는 서커스 극단은 앞서 언급된 동춘서커스가 유일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작년 4월 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가 개관하면서 한국형 서커스예술의 부흥과 전문가 양상사업을 위해 나섰지만, 이제 막 발걸음을 뗀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국내에서 서커스가 처음부터 외면을 받았던 장르는 아니다. 서커스는 분명 일제강점기 해방과 한국전쟁을 거치며 지치고 힘들었던 이들에게 즐거운 오락거리를 선사했던 서커스는 우리사회 가장 대중적인 공연이자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던 종합 엔터테인먼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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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동춘서커스 |
서커스의 쇠락 그 뒤에는 새마을 운동과 경제개발이 있었다. 가파른 경제개발은 ‘건설경기’의 엄청난 활성화를 가져왔고, 이러 한 건설경기의 활성화는 그 건설 현장에서 고도의 곡예적 기술을 요하는 기술자들의 수요가 급증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로 인해 건설 현장에서는 이들을 높은 임금을 주고 모셔가는 사태가 벌어졌고, 이로 인해 서커스단의 주요 공중곡예사 인력이 건설 현장으로 빠져나가면서, 서커스단 곡예사 인력의 급속한 감소 결과를 가져왔다.
무엇보다 이 시기 TV의 보급은 국내 서커스단은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서커스 공연의 ‘황금시간대’였던 저녁 시간을 빼앗긴 것이다. 특히 KBS 연속극 ‘여로’가 방송되면서 많은 이들은 서커스 천막이 아닌 TV가 있는 집 마당으로 향했으며, 이로 인해 당시의 서커스단들은 당장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되었다.
‘옛 것’으로 치부된 80년대의 서커스는 변화를 겪게 된다. 연극적인 요소를 없애는 대신 쇼 적인 성격을 강화시킨 것이다. 동물묘기가 등장한 것도 이 시기였다. 러시아 서커스단으로부터 묘기를 부리던 동물들을 싼값에 매입하면서 서커스의 현대화가 이뤄진 것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한계에 부딪쳤고 90년대에 오면서 또 한 번의 변화를 겪게 된다. TV 매체와 온라인, 국내외의 유명 공연 단체들의 국내 공연 등 다양한 볼거리들이 증가하면서 서커스의 쇼 적인 측면이 경쟁력을 잃게 된 것이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서커스는 최대 위기를 맞이하게 된다. 그나마 국내 서커스의 명맥을 이어오던 동춘서커스가 2009년 재정난으로 인해 존폐위기에 처했던 것이다. 정부 지원 및 국민 모음 성금으로 위기에서 벗어난 서커스는 다른 공연 양식들과 융합을 꾀하게 된다.
이 시기 캐나다에서 내한을 온 서커스가 큰 성공을 거두게 되는데 바로 ‘태양의 서커스-퀴담’이다. 지난 2007년 국내에 처음 소개된 ‘태양의서커스-퀴담’(이하 ‘퀴담’)은 초연 당시 9주 연속 예매사이트 공연 랭킹 1위를 차지하며 최단시간에 17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등 뜨거운 흥행신화를 기록해낸 작품이다. 전통적인 서커스 안에 스토리와, 라이브 음악, 안무 등 복합적인 요소들을 담아내면서 ‘서커스를 하나의 예술로 승화시켰다’는 평을 들은 ‘태양의 서커스’ 중에서도 가장 스토리텔링이 뛰어난 작품으로 알려진 ‘퀴담’은 ‘서커스는 촌스러운 것’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관객들을 단숨에 매료시키며 10만원이 넘는 비싼 티켓 가격에도 흥행을 거두게 된다.
이 같은 ‘퀴담’의 성공은 국내 서커스에도 영향을 주었다. 국악과 서양의 음악, 그리고 문학적인 작품과의 융합을 시도하며 ‘서커스의 예술화’를 꾀하기 시작한 것이다. 동춘서커스의 경우 서커스 공연과 고전문학을 결합시킨 ‘New 홍길동’이라는 작품을 선보이며 앞으로의 변화를 예고했다. 동춘서커스 외에도 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와 같이 미약하지만 서커스와 스토리텔링을 융합시킨 ‘한국판 태양의 서커스’를 만들기 위한 움직임들도 이어지고 있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