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술의전당의 클래식 공연을 영상으로 촬영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예술의전당> |
공연을 스크린으로 보는 시대가 활짝 열렸다. 국립극장에서 수입한 NT Live의 매진사례만이 아니다. 영화관 메가박스의 오페라 및 클래식 공연 실황 중계는 두터운 매니아를 거느리고 있다. 국내에서도 예술의전당이 영상화사업(SAC on Screen)을 통해 클래식·뮤지컬·발레 등을 영상화해 전국에서 상영하고 있다.
공연 영상화의 선구자는 영국과 미국이다. NT Live는 2009년 6월 첫 실험에 나섰다. 영국의 유명 여배우 헬렌 미렌 주연의 ‘페드르’를 시작으로, 30개 이상의 공연을 생중계하기 시작했다. 초반엔 ‘무대위의 땀방울과 열정을 값싸게 디지털화 한다’는 비판도 많았다. 하지만 지금까지 300만 명 이상의 관객 동원과 30여개국 1100개 극장 수출이라는 큰 성공을 거뒀다. 영국에서만 550개 극장에서 관객들이 수혜를 입고 있다. NT Live를 통해 영국산 연극의 대표작인 ‘프랑켄슈타인’‘워 호스’ 등이 전세계에 알려졌다.
미국에서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극장의 오페라가 대표적 수출상품이다. 전세계에서 가장 유명하고 비싼 공연인 이 오페라는 2006년부터 전세계 50여개국 2000여개 이상의 극장에서 실황으로 중계되며 연간 수백만명이 관람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올 한해 메가박스 ‘메트: 라이브 인 HD’ 총 9개의 신작과 1개의 앙코르 공연이 상영한다. 왠만한 흥행영화을 넘나들만큼 객석점유율도 높다. 메가박스가 실황중계하는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신년음악회 등도 매년 매진을 기록하고 있다.
영상화된 공연의 장점은 VIP석보다 생생한 화면과 추가 영상이다. 메트오페라의 경우 10~12대, NT Live는 5~8대의 4K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은 배우를 클로즈업해 표정까지 생생하게 읽을 수 있고, 고정된 객석과 달리 근거리와 원거리를 오가며 다양한 각도로 공연을 볼 수 있다. 1막 시작 전이나 인터미션 시간에 주연배우와 스텝 인터뷰, 무대의 뒷모습을 비춰 공연 이해도도 높일 수 있다. 가격은 NT Live가 1만5000원, 메트라이브가 3만원이다. 일반 영화에 비해 고가이지만, 수십만원을 넘는 실연에 비해 저렴한 편이다. ‘햄릿’을 관람한 직장인 김옥진 씨는 “해외 신작을 서울에서 저렴한 가격에 볼 수 있는 점이 매력적”이라면서 “생각보다 화면이 크고, 영상이 생생해서 만족했다”고 말했다.
예술의전당은 2013년 11월 영상화사업을 시작했다. 오페라 ‘마술피리’, 뮤지컬 ‘명성황후’, 발레 ‘라 바야데르’ 등 현재까지 제작된 공연은 총 12편. 회당 10억원 가까이 투입되는 해외에 비해 편당 1~2억원의 규모로 제작하고 있지만, 3년차에 들어서면서 10대 이상의 4K 카메라를 동원해 영상의 품질을 높이고 있다.
상업극장에서 상영하지 못한 한계가 있지만, 서울의 공연을 볼 수 없는 군부대와 지역 문예회관에서는 인기를 얻고 있다. 지난해까지 누적 상영횟수 510회, 관람객 8만명을 돌파했다. 올해에는 연극 ‘페리클레스’, 발레 ‘심청’ 등을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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