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오후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인근의 한 식당에서 만난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38)은 커피와 피자로 늦은 점심을 때우고 있었다. “서울에 올 때마다 찾는 집이에요. 뉴욕 스타일 피자가 일품인데, 한번 먹어 봐요.” 그는 웃으며 피자 조각을 건넸다.
소탈한 인상의 그는 세계적 유명인사다. 2004년 TV 다큐멘터리를 통해 기구한 성장 배경과 눈부신 음악적 재능이 알려지면서 국내에서 가장 사랑 받는 클래식 음악가 중 하나로 거듭난 그는 클래식 대중화를 목표로 꾸려진 앙상블 ‘디토’의 리더이자 세계 최정상급 현악4중주단 ‘에네스 콰르텟’의 멤버로 활약 중이다. 미국 출신 클래식 음악가에게 최고의 영예인 에버리 피셔 커리어 그랜트상을 받고 그래미상 후보에도 올랐다.
오는 20일 있을 특별한 공연을 위해 그가 다시 한국을 찾았다. 직접 후원해온 소외아동들로 구성된 ‘안녕 오케스트라’, 또 유망한 한국 청소년 연주자들과 브람스, 드보르작, 그리그의 작품을 함께 선보이는 이번 무대의 제목은 ‘My Way(나만의 길)’다. “제가 이 자리에 오기까지 도와준 모든 분들에게 평생을 다 해도 충분히 감사할 수 없어요. 받은 게 너무나 많으니까요. 아이들을 가르치고 돕는 건 제가 받은 것에 대한 보답이자, 인생의 소명이죠.” 그는 지난해 성탄절, 절친한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과 중증장애아동 보호시설 ‘라파엘의 집’을 찾기도 했다. “그중 두 아이는 모든 음을 한 번 듣고 완벽히 따라하더군요. 천재적이었죠. 이런 아이들을 가르치는 건 엄청난 기회이자 영광입니다.”
젊은 음악가 중 유독 봉사와 사회환원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고 하자 그는 곰곰이 생각에 잠기더니 자신의 조부모 이야기를 꺼냈다. 미국인인 그의 조부모는 지적 장애를 가진 한국인 입양아 출신의 어머니 대신 그를 정성껏 키웠다. “할머니, 할아버지께선 아무리 가진 게 적어도 기부를 하셨어요. 신의 뜻이라서, 혹은 개인적 행복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좋은 사람이 돼야 한다’는 순수한 마음 때문이었죠. 전 이들을 보고 배우며 자랐어요.” 장애인이란 이유로 어머니를 함부로 대하는 사람들을 보며 약자에 대한 공감을 키웠다고도 했다.
오닐은 2016년이 자신의 ‘음악적 커리어 중 하이라이트’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음악을 시작한 이래 늘 꿈꿔온 베토벤 현악4중주 전곡 연주를 오는 6월 에네스 콰르텟과 함께 한국에서 처음 시도하기 때문이다. “베토벤의 음악은 지상의 모든 지성과 감성을 초월해요. 청력을 잃은 후에도 상상할 수 없는 인내를 통해 위대한 음악을 낳았죠.” 이렇게 말하는 그의 얼굴과 목소리는 흥분으로 가득했다. 그는 “베토벤 현악 4중주는 모든 실내악 작품의 정수”라며 “음악가로서 기념비적인 사건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가장 큰 영감을 받은 음악가로 그는 라트비아 출신의 거장 바이올리니스트 기돈 크레머를 꼽았다. “너무나 명석한 사람을 만나면 무서운 느낌이 들잖아요. 기돈이 꼭 그런 사람이예요. 무대 위의 그를 보며 여러 번 눈물을 흘렸죠.” 둘은 작년 10월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함께 호흡을 맞췄다.
“선생님(폴 뉴바우어 줄리어드 음대 교수)은 레슨을 할 때면 늘 ‘마법(magic)이 없어, 여러분. 마법이 더 필
[오신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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