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이들의 추격전은 밀캠 촬영 의심 관객이 여자화장실에 들어가면서 막을 내리고 말았다. 애석하게도 하우스 매니저가 남자였던 것이다. 잠깐의 시간을 보낸 후 화장실에 나온 밀캠 촬영 의심 관객은 메모리가 비어있는 카메라를 보여주고 유유히 사라졌고, 결국 ‘심증’은 있지만 ‘물증’이 없는 찝찝한 마무리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이날의 추격전이 남긴 건, 뛰다가 다리를 삐끗한 하우스 매니저의 발목 부상뿐이었다.
밀캠의 최대 피해자는 바로 그와 같은 공연을 관람하는 옆 좌석의 관객들이다. 아무리 몰래 찍는다고 하더라도, 끊임없이 카메라를 만지작거리는 소리와 어두운 공연장에서 간간히 반짝이는 불빛은 어찌됐든 상대방에 불편함을 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같은 밀캠은 무대 위 배우들에게도 피해를 끼친다. 객석이 모두 보이는 무대 위인 만큼 그 누구보다 밀캠 포착이 빠른 이들 또한 배우들이기 때문이다. 누군가 자신의 연기를 촬영한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순간부터 시선은 상대배우가 아닌 카메라 불빛에 돌아갈 수밖에 없고, 연기의 집중력이 흐트러지면서 그날의 무대는 엉망이 된다. 실제로 1막이 끝나고 인터미션 중 관계자에게 밀캠이 의심되는 좌석을 제보하는 배우들도 있다.
문제는 이 같은 밀캠이 의심돼도 현장포착이 어렵다는 것이다. 밀캠을 제지하다 다른 관객에게 방해가 될 수 있어 즉각 제지하는 것이 어렵고, 공연이 끝나고 말을 걸면 대부분 ‘나는 아니다’며 강하게 잡아떼기 때문이다. 카메라를 찾기 위한 소지품 검사도 어렵다. ‘사생활 침해’과 ‘명예훼손’을 운운하며 강하게 화를 내면, 어쩔 수 없이 심증은 있지만 물증이 없는 상태로 보낼 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장비까지 발달하면서 밀캠의 물증찾기는 더욱 더 힘든 상황이다. 그동안 공연장에서 수많은 밀캠 촬영 의심 관객과의 실랑이가 있었고, 유튜브에는 수많았던 밀캠 영상이 올라왔지만, 현장에서 밀캠을 제지한 경우는 손에 꼽힐 정도다.
대부분의 공연관계자는 “현장에서 밀캠을 제지하기 힘들다. 밀캠이 올라오는 특정 공연이 있는데, 그 때마다 직원들이 달라붙어 유튜브를 비롯해 온라인 검색을 꼼꼼하게 검색을 하고 바로바로 신고조치를 한다. 밀캠 영상의 공유만은 막고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밀캠의 또 다른 피해는 ‘저작권 문제’이다. 창작뮤지컬의 경우 상대적으로 저작권에 자유롭지만, 대형 라이선스 뮤지컬의 경우 경제적 손실은 물론 복잡한 문제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현재까지는 저작권으로 인한 라이선스 문제가 불거지지는 않았지만, 밀캠이 암암리에 판치는 만큼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으로 남아있다.
일각에서는 밀캠을 막기 위한 전자파 차단 장치를 극장에 설치하면 되지 않느냐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지만, 이는 불가능에 가깝다. 공연장 내 조명과 음향기기 활용 사용이 빈번하기 때문이다. 전자파 차단 장치를 설치는 이른바 빈대 잡기 위해 초가삼간을 태우는 것과 같다는 것이 공연계의 중론이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밀캠, 해결책은 없는 것일까. 이에 대해 뮤지컬 ‘인 더 하이츠’의 공연관계자는 “아이돌 스타들의 출연이 많아 밀캠 피해가 심각하지 않을까 걱정을 많이 했다. 아이돌 팬카페 및 팬사이트를 통해 밀캠과 관련된 공지가 떴나 보더라. 의외로 밀캠 피해는 적었고, 밀캠 지적 및 신고도 활발했다”고 털어놓았다.
이와 관련해 공연 관계자들은 “밀캠 피해를 줄이기 위한 가장 빠른 방법은 관객들의 활발한 협조와 자성뿐이다. ‘나만 소유하면 괜찮겠지’가 아니다. 밀캠은 그 자체로 불법이라는 것을 인지해야 하고, 주위 관객과 밀캠 영상 공유 신고가 활발해야 밀캠에 대한 피해는 최소화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