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공연계의 만연한 열정페이 뒤에는 급격하게 오르고 있는 배우들의 개런티도 크게 한 몫 했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배우 라인업에 따라 티켓파워가 달라지는 만큼, 제작사에서는 스타캐스팅은 놓칠 수 없는 요소 중 하나이다. 공연계에서 티켓파워가 높은 축에 속하는 김준수와 조승우의 공연의 경우 전석 매진은 기본, 머그컵과 휴대폰 케이스, 프로그램북 등과 같은 MD상품까지 품절시키기도 한다. 연극에 비해 아이돌스타들의 진출이 쉬운 뮤지컬의 경우 스타캐스팅 싸움은 더욱 치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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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연계에서 최고의 티켓파워를 자랑하고 있는 배우 조승우와 김준수 / 사진제공=씨제스컬처, CJ E&M |
업계에 따르면 티켓파워를 자랑하는 배우들의 개런티는 공연 1회당 2000만~5000만 원선에 달하며, 30회 이상 출연한다고 가정하면 출연료만 무려 6억~15억 원을 지불하게 된다. 문제는 스타캐스팅으로 인하 다른 배우들의 출연료까지 덩달아 오른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배우들 간에 미묘한 라이벌 의식이 있다. 예를 들면 아무리 좋게 봐도 높은 출연료를 받을 만큼 실력이 되지 않는 배우도 있는데 ‘어떤 배우는 A라는 작품에 출연하면 이만큼 받았다더라. 나도 그 배우만큼 주지 않으면 절대 무대에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떼를 부리는 경우도 많다. 이로 인해 출연료가 생각보다도 훌쩍 뛰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아무리 많이 주고 싶지 않아도, 한 작품에서 배우 출연료가 오른 다면 다음 작품에서도 같이 올릴 수밖에 없다. 이는 제작사 전체적으로 자정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호소했다.
스타캐스팅이 이러난 주된 이유 중 하나는 작품의 수가 과도하게 늘어났다는 것이다. 공급의 과잉이 일어난 것이다. 작품의 수가 늘어나면서, 다른 작품과 차별화를 위해 캐스팅 경쟁이 일어나고, 배우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뛰고 제작비도 급상승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작품성이 떨어져도 스타만 내세우면 흥행이 보장되던 시절은 빠르게 지나갔다. 작품이 늘어나면서 공연을 고르는 관객의 수준을 올라갔고, 아무리 유명한 스타가 출연하더라도 작품의 질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더 이상 관객들은 이 같은 작품을 선택하지 않는 다는 것이었다.
실제 유명 뮤지컬 제작사 관계자는 “배우의 높은 개런티로 인한 지출을 막기 위해 인권비를 줄이거나, 인력을 줄이는 일들이 허다하다”고 토로했으며, 또 다른 관계자는 “배우들의 티켓파워를 무시할 수 없어 재정지출이 커도 울며 겨자 먹기로 캐스팅을 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아무리 다른 곳에서 긴축정책을 벌인다 한 들 적자가 될 수밖에 없다. 뮤지컬 제작비 절반에 육박하는 출연료의 피해는 직원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 따르면 2014년 당시 ‘예술인 신문고’에 접수된 85건의 불공정 사례 중 98% 이상이 임금 체불을 포함한 ‘미지급금’ 관련 신고였다.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가 공연예술과 방송, 영화 등 19종에 이르는 ‘표준계약서’를 제정해 이용 확산을 추진하고 있지만 실효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법적 구속력 없는 권고사항일 뿐이기 때문이다. 공연을 비롯해 예술계는 서면계약이 아닌 구두계약이 주를 이루며, ‘아는 사람끼리 무슨 계약서냐’는 인식도 강하다.
무대디자인 스태프로 일을 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이 일을 하면서 가장 크게 놀랐던 것이 표준계약서가 없었다는 것이다. 실제 처음 일할 때 구두계약으로 시작했다. 저 뿐만이 아니라 후배들을 위한 표준계약서 작성을 위해 일을 하면서 조금씩 상황에 맞게 고쳐나가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제대로 된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으면 돌아오는 피해는 막심하다. 공연이 흥행하면 다행이지만 실패할 경우 증빙서류가 없어 보상을 받을 길이 없다는 것이다. 결국 공연 관계자들은 눈물의 열정페이를 소비할 수밖에 없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