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연극 ‘렛미인’은 이른바 괴물신인 양성소와 같다. 영화 ‘검은사제들’에서 귀신들린 소녀로, 웹드라마 ‘처음이라서’에서는 여대생을 풋풋함을 보여두며 ‘괴물신인’이라는 타이틀을 일찌감치 획득한 박소담을 비롯해, 이제 막 이름을 알린 이은지, 오승훈, 안승균까지 누구 하나 부족함이나 주눅 듦 없이 제 역할을 소화해 나가고 있다.
유명 포털사이트에 프로필조차 등록되지 않은 신인배우들을 과감하게 캐스팅한 ‘렛미인’은 “가장 때 묻지 않은 오디션”이라는 연출가 존 티파니의 말처럼 조건과 배경을 따지지 않고, 오로지 연기와 배우가 주는 이미지만으로 캐스팅 된, ‘가장 순수함을 담은’ 연극에 가까웠다.
이날 가장 많은 관심을 받았던 박소담은 21일 오후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진행된 연극 ‘렛미인’의 프레스콜에서 “졸업한 이후 오랜만에 무대에 섰다. 좋은 배우들과 좋은 연출과 스태프를 만나서 무대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이 기쁘다. 무대 위에서 살아있음을 느낀다”며 첫 연극도전에 대한 설렘을 드러냈다.
↑ 사진=천정환 기자 |
‘충무로의 괴물신인’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대중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박소담은 영화 ‘검은사제들’에서 귀신 들린 소녀를 연기했다면 이번에는 선과 악이 공존하는 신비로운 뱀파이어로 분했다. 영원히 늙지 않는 뱀파이어 소녀 일라이를 연기하게 된 박소담은 “이렇게 빨리 관심을 받게 될지 몰랐는데 그만큼 부담이 컸다”며 자신을 향한 대중의 관심에 부담을 보이면서도, “하지만 이렇게 좋은 사람들과 함께 땀 흘려가면서 웃고 장난치고 치유를 받았다.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얻었고, 이런 느낌을 다시 느끼고 한 발 내딛을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하다”며 연기에 대한 욕심이 많은 배우임을 드러냈다.
‘렛미인’에는 박소담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박소담과 더블로 일라이를 연기하게 된 이은지 역시 안정된 연기력으로 무대를 이끌어 나가고 있었다. 이은지는 “첫 연습 때부터 연출님이 요구하는 사람 같지 않은 몸의 움직임을 찾는 것이 힘들었다. 사람의 것이 아닌 몸의 행동, 분위기를 찾는 것이 쉽지 않았다”며 “이렇게 큰 극장에서, 관객들이 기다리는 공연이라 부담이 된다. 팀워크가 좋다보니 공연이 잘 올려 질 것 같다는 안도감도 연습하면서 들더라”고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보였다.
일라이와 사랑을 나누는 10대 소년 오스카는 안승균과 오승훈이 연기하게 됐다. 안승균은 “좋은 환경에서 좋은 배우들과 스태프들에게 많이 배웠다. 물 공포증이 있는데, 이 작품에서 극복하는 것이 컸다”고 고충을 말하면서도 “팀에서 막내이고 경력도 없고 부족한데, 그만큼 오스카 역을 운 좋게 얻은 것 같다. 잘해야겠다는 마음이 컸다. 꿈의 무대라고 생각했는데 공연하게 되어 떨린다”며 기분 좋은 설렘을 털어놓았다.
태어나 처음으로 연기를 선보이게 된 오승훈은 연극을 준비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에 대해 “살 빼는게 가장 부담”이라고 말하며 “무엇보다 연극에서 뚜렷하게 큰 역할을 맡은 적이 없어서 부담이었다. 어렵고 힘든 것이 많았지만 따뜻한 분들과 일을 할 수 있어 그럼에도 무척 감사했다. 이런 환경에서 부족하지만 일을 하는것이 행복한 일인 것 같다. 하루하루 감사하고 재밌게 지내왔다”고 ‘렛미인’ 팀의 팀워크에 대해 이야기 했다.
박소담, 이은지, 안승균, 오승훈을 캐스팅한 존 티파니 연출은 ‘렛미인’의 오디션에 대해 가장 순수했던 작업이라고 말했다. 언어와 문화가 다른 만큼 배우에 대한 사정 정보도 없었고, 이에 따라 오디션을 열었을 때 캐스팅에 가장 기본적인 ‘연기’와 ‘캐릭터 이미지’에 집중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존 티파니 연출은 “배우들의 경험이나 다른 작품을 하셨는지 알려졌는지 아닌지는 모른 채로 만날 수 있었다. 오디션 당시 우리 앞에 놓인 배우들을 보면서 에너지나 영혼이 캐릭터와 맞는지 맞춰가면서 선별했다”고 평했다.
“오디션 중에서 때 묻지 않은 오디션”이라고 강조한 존 티파니 연출은 “영국에서는 오디션을 본다면 순수한 상태에서 보기 어렵다. 나중에 이미 오디션에서 뽑은 후에 박소담이 유명인사라는 것을 알게 됐다. 캐스팅이 끝난 다음이었고, 유명하신 분이 저희 작품에 나오니 좋으니 안심하게 됐다”며 “다른 배우들도 잘 뽑았다는 생각에 만족스럽다. 한국 ‘렛미인’은 ‘렛미인’의 영혼이 담겨있는 작품이라고 생각을 한다”고 극찬했다.
‘렛미인’은 자작나무 숲을 무대 배경으로 한다. 이에 대해 존 티파니 연출은 “스웨덴 영화 ‘렛미인’은 숲에서 시작을 한다. 저는 그 이미지와 사랑에 빠졌다. 아름답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우리 프러덕션을 위해서 진짜 자작나무를 쓰기로 했는데, 그 이유는 이 작품이 현대 동화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며 “동화는 숲을 종종 이용한다. 아이들이 숲을 통과하면서 통과의례처럼 성인으로 성장하는 모습이 잘 그려진다. ‘렛미인’이 현대의 동화라고 생각하기에 무대 위의 공간을 숲이라고 생각한다”고 무대미술에 대해 설명했다.
한편 연극 ‘렛미인’은 뱀파이어 소녀와 외톨이 소년의 가장 매혹적이고 잔인한 사랑 이야기로 국내 연극에서 최초로 진행되는 레플리카 프로덕션 (Replica Production – 원작 프로덕션의 모든 디자인을 그대로 사용하는 공연 형태) 작품이다. 오는 2월28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된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