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곰팡이가 슬어있는 작은 단칸방, 성인이 된 두 남매가 사는 장소는 무척이나 소박하다. 어지럽게 쌓여있는 옷가지와 책장을 가득 채운 만화책과, 그리고 정 중앙에 위치한 아버지의 흑백사진까지. 연극 ‘가족입니다’는 두 남매의 웃픈 현실을 따뜻한 시각으로 그려내며 뭉클한 감동을 전하고 잇삳.
‘가족입니다’는 부모 없이 어린 시절을 보낸 두 남매가 어른이 돼서 20년간 헤어졌던 엄마를 다시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진솔하게 다룬 작품이다.
오디션마다 낙방하면서도 배우를 꿈꾸는 만년 백수 오빠 기용과 그런 오빠 대신 야쿠르트를 팔며 생계를 유지하는 동생 은아는 얼굴을 볼 때마다 티격태격 하면서도 서로에 의지하고 도우며 살아가고 있다. 나름 평화로운 일상을 이어가던 이들 남매의 우애가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20년 전 집을 떠난 엄마가 나타나면서부터이다. 결혼을 앞둔 진아는 엄마와 함께 있기를 바라는 반면, 기용은 그런 엄마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급기야 이들 남매는 크게 다투게 된다.
↑ 사진=정일구 기자 |
‘가족입니다’에서 보여주는 가족의 모습은 속된 말로 구질구질하다. 집안 형편도, 지식도 여러모로 부족함이 많은 남매이지만, 서툰 감정 표현 속에 숨어있는 서로를 향한 마음은 객석에 더욱 진실성 있게 다가온다. 집에서 빈둥대면서 일을 마치고 돌아온 동생에게 등을 긁어달라고 내미는 기용이나, 투덜대면서도 익숙한 듯 긁어주는 진아의 모습은 어딘지 모르게 친숙하기까지 하다.
기용 역으로 열연을 펼치고 있는 양현민은 “‘가족입니다’는 참 따뜻한 작품이다. 코미디 물이 범람하는 연극 속에서 다른 해방구를 찾고 있었다는데 그 작품이 바로 ‘가족입니다’였다. 보면서 많은 위안을 얻었고, 이후 함께 하고 싶은 마음에 제가 먼저 출연하겠다고 연락할 정도였다”고 작품의 매력을 평했다.
기용과 진아의 어린시절을 연기하는 아역들의 열연 또한 극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극장을 가득 채우는 아역들의 연기는 보는 이들로 하여금 절로 엄마미소를 짓게 한다.
↑ 사진=정일구 기자 |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유쾌하게 그린 것은 좋으나 배우들의 과도한 코믹연기는 극의 분위기를 지나치게 가볍게 만든다는 것이다. 웃기기 위해 넣은 대사나 장면 또한 많다보니 극의 흐름이 끊기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럼에도 전체적으로 공감 가득한 이야기를 다루는 ‘가족입니다’는 소소한 웃음으로 다시 한 번 가족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을 전해준다. ‘가족입니다’는 8일 서울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꼭두소극장에서 2월14일까지 진행된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