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무대 위로 다시 태어났다. 미국 남북전쟁 전후의 남부의 타라농장을 배경으로 스칼렛 오하라라는 여성의 드라마틱한 일대기를 그리고 있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음악이라는 옷을 입고 원작 소설, 영화와는 또 다른 매력을 선사하고 있다.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전체적인 맥락은 기본적으로 1939년 비비안 리, 클라크 게이블 주연의 영화를 기본 뼈대로 하고 있다. 고전 영화 중에서도 명작으로 꼽히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지난 1월 초연될 당시 관객들의 기대는 무척이나 높았다. 하지만 기대가 높으면 실망도 큰 법. 원작의 방대한 분량을 무대로 옮기면서 생긴 스토리 전개의 허점과 오케스트라 연주가 아닌 전곡 MR로 처리한 점, 허술한 작품의 완성도는 관객의 혹평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이후 약 7개월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재정비를 마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앞선 초연에서 보여주었던 단점들을 보완, 전보다 더 탄탄해진 스토리와 오케스트라로 업그레이드 된 음악으로 관객들을 맞아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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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개선이 됐다고 하더라도 아쉬운 부분은 있다. 스토리 라인을 정돈 했다고 해도 3시간이 넘는 영화를 2시간30분으로 압축시키다보니 스칼렛의 삶과 감정의 변화가 지나치게 빠르게 진행된다는 것이다. 여기에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킬링넘버이자 극의 주제와 따로 노는 ‘인간은 다 같아’는 ‘계륵’의 자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남부 농장에서 일하는 흑인 노예들의 절규를 담은 ‘인간은 다 같아’의 경우 가사도 좋고, 보고 듣기는 즐거우나, 스칼렛의 삶에 완전히 녹아들지 못하면서, 겉돈다는 느낌을 지우지 완전히 지우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번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재연이 호평을 받는 이유는 원작에 충실하고자 그리고자 했던 한진섭 연출과 김성수 음악감독의 노력으로 극의 완성도가 높아진 덕분이었다.
재연 무대에 오르면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어색했던 현대무용, 비보잉, 탱고, 아크로바트 등의 불필요한 안무를 과감하게 버렸다. 대신 가족의 생존을 지키고 타라를 다시 세우기 위해 변해가는 스칼렛의 감정변화를 추가했고, 드라마의 구성을 달리하는 등 드라마의 전개에 더욱 초점을 맞췄다. 덕분에 극은 철부지였던 스칼렛이 강인한 여성으로 변모해가는 과정들에 있어 이전에 없었던 설득력을 얻을 수 있었다.
다양한 변화 속에서도 가장 두드러진 변화를 보여준 영역은 바로 음악이다. MR이 아닌 라이브 오케스트라로 재단장 하면서 음악의 사운드가 한층 풍부해진 것이다. 이 같은 변화 덕분에 초연 때 불가능 했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음악편곡도 가능해졌으며, 문제의 ‘인간은 다 같아’의 위치를 2부 오프닝에 배치하면서 한결 매끄러운 드라마 전개를 즐길 수 있게 됐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지휘봉을 잡은 김성수 음악감독과 만나, 작품의 음악과 편곡, 그리고 작업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다시 1939년으로…‘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고전미를 높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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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 음악감독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하게 되면서 가장 먼저 하게 된 것은 모든 넘버들을 오케스트라에 맞게 편곡하는 것이었다. 한 연출가와 함께 머리를 맞대고 논의를 거친 끝에 드라마에 맞게 곡의 순서를 바꾸기도 하고, 리듬악기들을 조율하는 등 최대한 오케스트라 연주에 맞게 변형을 시키면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음악을 오케스트라에 맞게 맞추어나갔다.
“전곡 편곡을 한 것은 아니고, 아무래도 MR로 돼 있다보니 오케스르라 연주에 맞게 리듬 악기 편곡을 많이 했다. 드라마의 구성에 따라 초반 6~7곡은 순서도 바꾸기도 하고, 일부분은 그대로 남겨두기도 했다”
가요와 영화, 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담당했던 김성수 음악감독이었지만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결코 만만한 작품이 아니었다. MR속에 있는 음악들을 오케스트라로 풀어내는 영역도 쉽지 않았지만, 그보다 국내 정서와 다른 프랑스 작품의 정서를 융화시키는 과정에서 고민을 거듭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일단 프랑스와 우리의 뮤지컬에서 다른 정서가 존재하는 것 같다. 영국의 웨스트 엔드나 미국의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볼 때 수평적으로 다르다라는 걸 느겼는데, 프랑스 뮤지컬은 느낌이 아예 다르더라. 작업에 앞서 초연 공연을 영상으로 봤는데 프랑스 뮤지컬 자체는 영화에 대한 향수가 많이 없다는 것을 느꼈다. 작업을 하면서 영화의 느낌을 살리고 싶었다. 원작에서는 영화 속 ‘타라 테마’가 없는데, 음악감독으로 작업하면서 이 ‘타라 테마’를 다시 살렸다”
김성수 음악감독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하면서 가장 신경을 쓴 부분은 바로 ‘타라테마’의 부활이었다. ‘타라 테마’와 관련된 저작권이 해결 된 이후 김성수 음악감독은 타라 테마 음악작업에 몰두했고, 최대한 1939년도 영화의 느낌을 주기 위해 ‘오래되고 늘어진’ 연주기법을 사용해나갔다.
“과거 영화에서 음악지 주던 감동을 살리기 위해 애를 썼다. 기술적으로 이야기 하면 바이올린을 옛날식으로 시작하고 끝을 냈다. 저는 개인적으로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 영화의 호흡들이 들어갔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고, 그래서 시작과 끝을 원작과 다르게 했다. 많은 관객들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통해 고전의 느낌을 받으셨으면 좋겠다.”
‘타라 테마’가 가장 극명하게 살아나는 곳은 극의 마지막 장면이다. 레트가 떠난 후 스칼렛은 붉게 물들어 가는 석양을 바라보며 그 유명한 대사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뜰 테니까”를 말한다. 스칼렛의 대사는 ‘타라 테마’와 어우러지면서 극적인 감동을 더한다.
“마지막에 ‘타라 테마’를 넣은 것은 제가 낸 아이디어다. 각 인물들의 내레이션이 나온 뒤 스칼렛의 대사가 나오는데 그때 ‘타라 테마’가 나오면 좋겠다 싶었다. ‘타라테마’가 이 극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다.”
◇ 타라테마,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핵심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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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라 테마’를 향한 김성수 음악감독의 애정은 무척이나 깊어보였다. 음악작업을 하면서 많은 부분을 무대에 맞게 바꾸고 싶었다던 김성수 음악감독의 고민 덕분에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음악은 한층 더 풍부해졌다.
음악에 대해 깊은 애정을 드러낸 김성수 음악감독에게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가장 좋아하는 넘버를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역시나 나온 답은 ‘타라테마’였다.
“‘타라 테마’ 편곡을 하면서 새롭게 공부를 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타라테마 연주는 지금과 굉장히 다른 연주법이다. 굉장히 느리게 연주를 하는데, 요즘은 그렇게 안 한다. 그렇기에 오케스트라팀에게 한참 설명했고, 그만큼 애착이 많이 간다.”
그렇다면 작업하기 가장 힘들었던 넘버는 무엇이었을까. 이에 대해 김성수 음악감독은 스칼렛과 레트의 듀엣곡 ‘사랑했어’였다.
“템포가 어렵다. 배우들이 여유롭게 말하면서 맞춰야 하는 곡이다보니 서로 맞추기가 어려운 부분이 있다. 레트와 스칼렛의 듀엣곡인 ‘사랑했어’는 레트가 떠나기 전 마지막에 부르는 넘버다. 사실 원작 소설에서 가장 유명한 대사 중 하나가 레트가 떠나가면서 스칼렛에게 ‘나는 상관하지 않겠다’라고 말하는 부분인데, 그만큼 중요한 부분이다보니 아직도 연습하고 있다. 피아노로 불러서 연습하고 들어갈 정도로 두 배우의 호흡 맞추기가 쉽지 않다.”
한편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2016년 1월31일까지 서울 샤롯데 씨어터에서 공연된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