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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ss is More’
건축가 미스 반 데어 로어의 말을 굳이 되새길 필요는 없다. 단순함은 힘이 세다. 애플에서 쫓겨난 스티브 잡스가 복귀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케케묵은 서류와 오래된 장비를 모두 버리는 일이었다. 첫 업무로 물건 줄이기를 택하고, 대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제품’을 내놓는데만 집중했다. 매년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신제품 발표를 할때마다 늘 검은 터틀넥과 청바지만 입었다. 포스트 잡스로 떠오르고 있는 마크 저커버그는 또 어떤가. 늘 똑같은 목이 늘어난 티셔츠를 입고 나와서, 세상을 놀라게 할 깜짝 발표를 한다. 더 단순하게, 더 집중해서 원하는 목표에만 집중하는 것. 오늘 같은 초경쟁사회의 경쟁력은 바로 단순함(Simple)의 힘이다.
이 책은 한 개인의 삶에서 단순함의 힘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알려주는 독특한 저서다. 일본에서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며 ‘미니멀라이프’ 열풍을 일으켰다. 일본의 출판편집자인 저자 사사키 후미오는 10년동안 한번도 이사하지 않고 버리지 못한 물건으로 가득한 방에서 살았다. 작은 집은 침대와 소파, 책상과 책, 음반, 카메라 등 온갖 물건이 가득 쌓여 있었다. 잔뜩 어지럽혀진 책상에서 과자를 먹고 게임을 하니 살이 쪘고, 나태한 일상만이 지리멸렬하게 이어졌다.
어느날 그는 하나씩 버리기 시작했다. 책도 책상도 의자도, 침대와 테이블, TV까지 없애버렸다. 전자기타와 앰프, 홈시어터와 플레이스테이션3, 추억의 편지들까지 버렸다. 10년만에 그가 이사를 한 집은 부엌이 하나 딸린 20㎡(6평)의 평범한 원룸. 아침에는 햇빛이 비쳐오는 큰 창이 있는 방에서 그는 아이리스 오야마의 에어리 매트리스를 하나 두고서 잠을 청한다. 옷장에는 다운재킷과 양복만 한 벌씩 있다. 그리고 흰색 바지와 셔츠 뿐. 사복의 제복화를 실천하고 싶다고 토로할 정도다.
이제 방에는 소품 상자를 하나만을 두고 매일 아침 홀가분하게 하루를 시작한다. TV를 보고 술을 마시는 대신, 텅빈 방에서 책을 읽고 글을 쓴다. 그러다 느긋하게 스트레칭을 하고 잠에 든다. 아침에는 알람은 맞추지 않고 햇살에 눈을 뜬다. 아침을 먹으면 곧장 설거지를 하고 명상을 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감탄이 절로 나온다. “어쨋거나 물건을 버리길 정말 잘했다.”
가장 큰 변화는 가치관이다. 10년 전 그는 돈이나 물건이 아닌 가치관을 다루고 싶어 출판일을 택했다. 하지만 사양길에 들어선 출판업계에서 살아남으려면 일단 잘 팔리는 책을 만들어야 했다. 그렇게 ‘어른’이 되어갔고, 초심은 식어버렸다. 그런데 회소한의 물건만 소유하는 미니멀리스트의 삶을 살기 시작하자 내가 어떻게 살아갈지를 생각하게 되었고, 행복의 의미를 다시 고민하게 됐다.
물건을 버리지 못하고 쌓아두면서 그것이 가치이자 행복으로 이어진다고 믿었다. 추억이고, 과거의 흔적이었으니까. 하지만 언젠가는 읽어야지 싶었던 책들은 읽지 않았고, 벽장은 엉망으로 입지 않는 옷과 취미 용품으로만 가득했다. 처음엔 의욕이 넘쳐 시작한 공부와 취미가 결국 실패했음을 보여주는 흔적일 뿐이었다.
단지 물건을 버렸을 뿐이었다. 아직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고 남들에게 자랑할 만한 일은 없지만, 그는 “물건을 줄인 후 나는 매일 행복을 느낀다. 행복이 무엇인지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고 고백한다.
물건을 가지기 위해 보관하고 유지하기 위해 우리저자 사사키 후미오는 시간과 에너지를 디나치게 쓴다. 그렇게 정작 도구여야 할 물건은 어느새 주인이 되어 버린다. 저자는 영화 ‘파이트 클럽’의 대사를 빌려 이렇게 말한다. “너는 결국 네가 가진 물건에 소유당하고 말 거야.”
이 책은 일본의 다양한 미니멀리스트들의 삶을 소개한다. ‘소중한 것에 집중하기 위해 그 외의 것을 줄인다’는게 그들의 삶의 목표. 2010년 일본에선 ‘정리의 마법’이란 책이 각광받은 이후 미니멀리스트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 요인 중에는 넘쳐나는 정보와 물건, 공유 문화·경제의 활성화 탓도 있었지만, 2011년 동일본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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