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로맨스와 불륜, 그 중간의 어느 지점 <5t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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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to 7/사진=포스터 |
뉴요커와 파리지엔느의 로맨스를 담은 잔잔한 영화 한 편이 찾아왔다. 언뜻 보면 기존 로맨스 영화의 연장인 듯 보이지만 내용은 다소 파격적이다. 24살 청년과 33세 유부녀의 사랑. 우리는 이 같은 관계를 '불륜'으로 정의한다. <5to7>은 자유분방한 파리지엔느와 혈기왕성한 뉴요커가 만나 풀어가는 그들만의 '사랑법'을 그린다.
브라이언(안톤 옐친)은 뉴욕에서 생활하는 소설가 지망생이다. 그는 산책을 하다 프랑스에서 온지 얼마 안 된 아리엘(베레니스 말로에)을 만난다. 브라이언은 인어공주와 같은 이름을 가진 그의 완숙하고 지적인 매력에 사로잡힌다. 아리엘 또한 브라이언의 풋풋한 매력에 묘한 떨림을 느끼는데. 하지만 아리엘은 외교관 발레리(램버트 윌슨)와 결혼해 아이까지 둔 상태. 그는 브라이언에게 '5시에서 7시까지'의 특별한 데이트를 제안한다. 영화 제목이기도 한 <5to7>은 프랑스에서 배우자가 있더라도 자신만을 위해 허락된 시간을 의미한다. 아리엘의 남편 발레리 또한 다른 연인 제인(올리비아 썰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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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to 7/사진=스틸컷 |
영화는 뉴욕의 센트럴 파크와 구겐하임 미술관, 크로포드 도일 서점 등의 명소를 배경으로 이들의 짧은 2시간의 로맨스를 낭만적으로 그려낸다. 여기에 안톤 옐친의 열정 넘치면서도 순수한 매력과 베레니스 말로에의 관능적인 팜므파탈 연기가 더해져 꾀나 아름다운 커플 한 쌍이 탄생했다. 관객의 마음은 이들의 미세한 몸짓과 표정 하나만으로도 요동치고 실제 영화 속 주인공이 되어 사랑에 빠진 듯 착각을 갖게 한다. 또한 '썽 뚜와'(Sans Toi a), '다이너'(Diner) 등 프랑스의 대표 상송과 미국을 대표하는 팝송이 OST로 어우러져 영상미와 로맨틱함을 극대화 시켰다.
영화는 이들의 만남으로 빚어지는 문화성과 가치관의 차이를 로맨틱하게 담아냈다. 브라이언은 아리엘의 프랑스풍 억양과 깊은 지식에 매료되면서도 자유분방한 아리엘의 가치관에 놀라며 이 같은 관계에 죄책감을 느낀다. 아리엘은 미술관에 걸린 에드워드 호퍼의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을 보며 "미국은 죽어있다"며 비관적이고 브라이언은 "미국은 살아있다"며 반문한다. 이처럼 서로의 차이를 확인한 두 사람은 이후 아리엘이 브라이언의 눈을 가리고 레드 와인과 화이트 와인의 차이를 시음하게 하는 모습과 브라이언이 아리엘에게 기네스 맥주와 밀러 맥주의 차이를 구별하게 하는 모습으로 반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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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to 7/사진=스틸컷 |
영화는 불륜이란 자칫 위험한 소재를 신사답게 풀어냈다. '사랑과 전쟁'식의 드라마를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내연녀에게 물을 끼얹는 이도 없고 내연남을 향한 주먹질도 없다. 오히려 발레리는 브라이언을 가족으로 받아들이며 자신의 내연녀 제인과 지인이 모이는 저녁식사에 그를 초대해 우정을 나누려 한다. 물론 이 같은 상황이 가능한 것은 자유분방한 프랑스 문화의 바탕 아래 '5to7'라는 약속이 있기 때문이다. '5to7'는 이들의 관계를 유지해주는 일종의 신사협정인 셈. 하지만 누구나 결국에는 완전하고 유의미한 사랑을 원하듯 후반부에는 이 약속이 흔들리기 시작하며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80/20'이란 법칙이 있다. 상대에게 80%를 원한다면 20%의 이해가 필요하다. <5to7>은 이 같은 룰을 바탕으로 한다. 아리엘과 발레리는 서로에게서 본질적으로 완전한 100%의 사랑을 얻고자하는 부부다. 그들은 20%의 이해를 통해 80%를 얻으며 살아간다. 이들의 혼외관계, 즉 '5to7'은 20%에 속한 이해의 영역일 뿐이다. 내연녀 제인은 발레리가 주는 이 20%에 만족하고 행복해 한다. 그는 발레리에게서 유의미한 관계를 찾지 않는다. 하지만 브라이언은 한 여자와 완전한 사랑을 원하는 이 세상 80%에 속하는 남자다. 결국 브라이언은 아리엘을 잃을 위험을 감수하며 ‘완전한 사랑’을 추구할 것인지. 아니면 ‘5시에서 7시까지’의 관계로 남을 것인지 갈등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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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to 7/사진=스틸컷 |
감독은 '사랑의 자유'와 '구속된 사랑' 그 어느 한쪽을 비난하거나 지지하지 않는다. 자칫 불륜으로만 흘러갈 수 있었던 이야기는 보수적인 브라이언의 부모를 등장시켜 균형을 잡는다. 영화
MBN뉴스센터 한전진 [mbnreporter01@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