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이 떠나신 다음에야 님의 소중함을 더 애달프게 알았습니다….”
서설이 내린 지난달 26일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예배장에는 생전 장로였던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예배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소강석(53) 분당 새에덴교회 담임목사는 “따뜻한 사랑의 눈동자, 인자의 미소로 통일 조국의 미래를 지켜봐 주소서”라며 김 전 대통령의 마지막 길을 축복했다. 그는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에도 개신교계를 대표해 추모시를 썼던 개신교 대표 목회자 겸 시인. 황순원의 ‘소나기’에 나오는 소년 같은 풋풋한 감성과 거침 없는 소통의 달인으로 차세대 개신교 리더로 떠오르고 있다. 소강석 목사를 최근 만나 야성과 도전정신을 잃은 청년 문화에 대한 해법, 개신교 현주소와 개혁 과제를 짚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돌아가시고 하루 만에 추모시를 써달라고 연락이 왔어요. 민주화의 꽃을 피우신 거산이었는데 우리들이 너무 잊고 있었지요. IMF라는 하나 때문에....” 소 목사는 “그분은 죽어서 산분”이라며 “이 기회에 1등을 죽이는 우리 사회 문화가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등도 실수를 할 수 있는데, 실수라도 하면 그렇게 비난을 하지요. 교계도 마찬가지예요. 미국 명문 예일대와 스탠포드대는 모두 사람 이름을 딴 대학이에요. 우리나라도 정주영 이병철 박정희 대학이 생길 수 있는데, 거기에 알레르기 반응이 있지요.”
1인자를 타깃 삼아 흠집을 내는 인터넷 문화도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한다. “경쟁에서 실패한 사람들, 직장에서 실직한 사람들, 포기한 사람들이 컴퓨터 앞에 앉아 반사회적인 행동을 합니다.” 이어 “포기하는 것은 죄다. 가장 큰 포기는 생명”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요즘 트렌드가 사람을 나약하게 만들잖아요. 서점가에서 나오는 힐링 책들이 죄다 임시방편적인 항우울제지요. 쉽게 위안을 받으니까 더 나약해집니다.” 그의 삶 역시 좌절과 역경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그 때마다 YS 같은 야성과 용기로 일어섰다. 최근 출간한 에세이 ‘꽃씨 심는 남자’(샘터·2015년 세종도서 선정)에서는 여러 악조건에서 어떻게 성공한 대형 교회 목회자가 됐는지를 솔직하게 담고 있다.
전북 남원 한학자 집안의 막내 아들로 태어나 고등학교 때 좋아하는 여학생을 따라 교회에 발을 들인 것이 그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예수쟁이는 필요없다”는 아버지에게 내쫓겨 수박과 오이장사, 막노동판을 전전했다. 맨손 맨발 맨몸, 이른바 ‘3M 목회자’를 자처하는 이유다. “도전정신은 두 가지 경우에 와요. 하나는 정말로 더 큰 고난이 오던지, 아니면 본인이 알아서 도전정신을 가져서 일어나는 것이죠.” 누군들 일부러 고난을 자처할까. 그는 “지금 도전할 수 있는 야성은 하나님이 주셨다. 우리 안에는 다 도전정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지방 신학대를 나온 그를 이끌어줄 사람은 없었다. “항상 비주류였어요. 출신, 학교 등 노는 물이 비주류였지요. 부목사 한번 못하고. 그런데 지금은 저도 모르게 주류로 왔어요.” 기적 같은 일은 모두 신앙의 본질과 목회의 본업에 충실했기 때문이리라. “교회가 안정단계에 가면 목회자도 안주하게 돼요. 그런데 전 한 눈 팔지 않고 계속해서 달려왔어요.” 때로는 열등감이 힘이 되기도 한다. 그 역시 “촌놈이라는 열등감이 나를 키웠다”고 고백한다.
1988년 교회를 개척해 지금은 성도 4만명이 다니는 대형 교회로 일구었다. 비결은 뭘까. “첫째는 소통이죠. 모노드라마 같은 구태의연한 설교를 하는 게 아니라 소통하고 공동체를 묶어주는 이야기 설교를 하죠. 요즘은 스토리와 감성, 꿈의 시대니까. 또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현장 속으로 가는 것이죠. 교인들과 간격을 두는 게 아니라, 우는 자와 함께 울고 격의 없이 같이 뛰는 것입니다.”
솔직하고 거침없는 설교는 경직된 청중을 무장해제하고 마음의 문을 열게 한다. “저는 직책이나 감투에 관심이 없어요. 다만 부담은 뭐냐. 한국교회가 전성기에서 쇠퇴기로 가는데 어떻게 전성기로 다시 끌어올리느냐는 숙제를 가지고 있지요.”
한국 개신교는 개화기 학교와 병원을 세우며 근대화를 이끌었다. “대한민국 산업화를 이루는데도 정신적인 본류 역할을 했어요. 그런데 교회도 성장주의와 물량주의에 매몰되다 보니 시대의 변화를 느끼지 못한 것이죠. 이제라도 외형중심의 교회로부터 성경에서 말하는 원형교회, 본질교회로 돌아가야 합니다.” 2017년은 마틴 루터가 촉발한 종
[이향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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