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예술의 모든 것은 달항아리에서 나왔다.”
수화 김환기(1913~1974)의 말이다. 그는 광적으로 달항아리를 사랑했다. 생전 “글을 쓰다가 막히면 옆에 놓아둔 크고 잘생긴 백자 항아리의 궁둥이를 어루만지면 글이 저절로 풀린다”고 까지 말했다. 김환기가 뉴욕 말년에 화폭에 수없이 찍은 ‘점화’는 지난달 5일 홍콩 경매에서 47억2100만원에 팔리며 한국 미술품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김환기가 사랑한 달항아리도 신기록을 세울 수 있을까.
18세기 조선 후기 달항아리가 29일 서울 홍콩 옥션에 출품돼 이목을 끌고 있다. 추정가 18억원에 출품된 이 작품은 일본 컬렉터가 위탁한 것이다. 높이는 42cm로 통상 40cm 이상 백자 도자기를 일컫는 말인 ‘백자대호(白磁大壺)’로 불린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현존하는 백자대호는 몇 점 되지 않는다. 일본에 반출된 귀한 우리 문화유산을 합법적으로 우리 땅에 가져 올 수 있는 소중한 기회이기도 하다.
이 백자대호는 일본 아이치현 도자미술관에서 발행한 ‘일본·중국·한국-도자의 명품’(2013)에 소개된 작품이다. 달항아리는 위쪽과 아래쪽 몸체를 각각 나누어 만든 후 중앙 부분에서 접합하는 방식으로 제작된다. 두개를 이어붙인 것이기 때문에 아랫부분과 윗부분이 대칭이 아니다. 비뚤비뚤한 모습, 어딘지 모자른 듯한 모습이 정겨움과 편안함을 안겨준다. 달항아리라고 부르는 것은 몸통의 중앙부가 달처럼 둥글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다. 이번에 출품된 백자대호는 왕실 도자기를 굽는 ‘관요’로 운영됐던 경기도 광주의 ’금사리요‘에서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높이와 몸체의 지름이 거의 같고 이상적인 형태를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금까지 역대 한국 고미술 최고가는 2012년 9월 K옥션 가을경매에 출품된 ‘퇴우이선생진적첩’. 이 고서화집에는 1000원짜리 지폐 도상인 ‘계상정거도(溪上靜居圖)’ 원본이 수록된데다 보물이라는 점이 관심을 끌며 34억원에 낙찰됐다. 뒤늦게 삼성문화재단이 낙찰자로 알려져 다시 한번 관심을 끌었다. 이옥경 서울옥션 대표는 “백자대호를 둘러싼 경합이 예상되지만 최고가 경신이 쉽지만은 않을 것 같다. 지난달 김환기 점화처럼 깜짝 소식이 들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달 28~29일 이틀간 홍콩에선 서울옥션과 K옥션이 고미술과 근현대미술 경매를 벌인다. 28일 K옥션은 김환기의 1950년대작 ‘귀로’(추정가 18억~40억원)와 이우환, 단색화 작가들의 작품 총 63점(추정가 106억원)을 경매에 부
[이향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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