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산동네 하숙집. 이곳에는 한 괴짜 괴학자와 다섯 청춘이 모여산다. 대학을 막 졸업한 27세 취준생 장선재, 무용과를 중퇴하고 길거리 판촉 알바를 뛰는 김솔, 몇년째 공무원시험에서 고배만 마시는 츄리닝복 차림의 진기한까지. 하숙생들을 관리하는 고3 수자는 아빠와 동생 때문에 고민이다. 철물점을 하는 아버지는 20년째 한번 돌기 시작하면 연료 공급 없이 에너지를 만들어 인류를 구할 발명품이라는 ‘무한동력 기관’을 만들고 있고, 동생은 반항심 가득한 사춘기를 통과 중이다.
가진 것은 빛바랜 졸업장과 학자금 대출뿐인 장선재는 내기만 하면 떨어지는 이력서에 지쳐만 간다. 서류전형이라도 합격했으면 싶지만, 그마저도 희망고문이다. 실패만 거듭하는 이들을 달래주는 건 야식으로 먹는 ‘치맥’(치킨과 맥주) 뿐. 김솔과의 로맨스도 꿈꿔보지만, 막막한 현실앞에 연애는 사치다.
지난 9월 개막한 ‘무한동력’은 청춘의 웃픈 현실을 직시하는 뮤지컬판 ‘미생’이라고 할만했다. 인기 상한가의 작가 주호민의 웹툰 ‘무한동력’을 처음 접한 뒤, 뮤지컬 작곡가 이지혜는 “소극장 뮤지컬로 각색하기 더없이 좋은 소재”라고 무릎을 쳤다. 원작자를 찾아가 삼고초려 끝에 판권을 얻었고, 직접 극본 작곡 제작까지 맡아 이 청춘의 뮤지컬을 소극장에 올렸다. 연출로는 영화배우 박희순을 모셔온 끝에. 풋풋한 신인들이 주축이 된 배우들의 앙상블이 좋았다. 진기한의 중독성 있는 노래 ‘가늘고 길게’를 비롯해, 캐릭터마다 개성을 부여하는 4인조 라이브밴드의 음악도 미덕이었다.
하숙집 주인, 취업 준비생, 공무원 고시생, 고3 수험생 , 비정규직 알바생, 사춘기 청소년이라는 세대를 아우르는 강렬한 캐릭터를 원료로 삼아, 1막부터 이 작품은 청춘들의 웃픈 현실을 환기시킨다. 오늘 이땅의 이야기는 웃음과 눈물을 자아내는 가장 강력한 무기다. ‘5포 세대’의 아픔을 패러디와 애드립을 적절히 사용해 웃음으로 승화하는 낭만적인 전개가 좋았다. 수자의 아버지가 20년째 만들고 있는 불가능한 장치인 무한동력기관은 묵묵히 불가능한 꿈에 좌절하는 청춘들에 대한 적확한 은유로 보였다.
좌충우돌 현실의 벽에 부딪히는 각자의 이야기를 펼쳐보이다 급하게 봉합하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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