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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작가가 됐지만, 하루키의 작품은 영화나 연극으로 각색된 작품이 드문 편이다. 환상성 짙은 소설을 극화하기가 쉽지 않고, 판권도 잘 넘겨주지 않아서다. 하지만 ‘해변의 카프카’는 하루키의 장편 중 처음으로 연극으로 만들어졌다. 일본이 자랑하는 세계적인 연극 거장 니나가와 유키오(80)와 만나 극적인 랑데부에 성공한 것이다.
일본 사이타마에서 2012년에 초연된 이 작품이 24일부터 28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한국 관객들을 처음으로 만난다. 뉴욕 링컨 센터, 런던 바비칸 센터 등을 거쳐 월드 투어의 마지막 종착지로 서울에 상륙한다. 시카고 스테판울프 씨어터 출신의 극작가 프랭크 갈라티가 각색한 작품을 니나가와가 극화했다.
비영어권 최초로 영국 로열 셰익스피어 컴퍼니의 연출가로 위촉된 니나가와는 ‘3분 안에 관객을 사로잡는다’라고 호언하는 연출가다. 그는 막이 오르자마자, 관객들을 매혹시키는 환상적인 무대 미학으로 정평난 ‘눈의 연극’을 만들어왔다. 이번에도 2014년 내한해 기립박수를 이끌어낸 ‘무사시’의 대나무 숲 장면만큼이나 화려한 무대를 선보인다.
니나가와는 극의 무대가 되는 복잡하고 광활한 배경을 26개의 거대한 투명 유리 상자를 이용해 상징적으로 구현해낸다. 이 유리 상자들이 여러 가지 조합과 동선으로 무대 위를 미끄러지며 저택이 되었다가 공원, 고속도로, 도서관, 깊은 숲 속 등으로 변하는 마술같은 무대 미학을 선보일 예정이다.
니나가와는 연기를 훈련하며 재떨이를 집어던질만큼 ‘호랑이 조련사’로 유명하다. 그럼에도 그의 작품에는 톱스타들이 앞다퉈 출연해왔다. 후지와라 다쓰야, 오구리 슌, 아오이 유우 등이 그의 무대를 거쳐갔다. 이번 공연에도 일본의 차세대 스타 후루하타 니노가 주인공 카프카 역을 맡았다. 1980~90년대를 군림했던 최고의 아이돌 스타이자, 2005년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영화화한 ‘토니 타키타니’에서도 주연을 맡았던 여배우 미야자와 리에도 신비로운 여인 사에키역을 맡아 방한한다. ‘건어물녀’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킨 인기 드라마 ‘호타루의 빛’에 출연한 후지키 나오히토는 오시마 역을 맡았다.
막강한 배우진과 지난해 ‘무사시’ 공연의 성공 덕분인지, 티켓이 팔려나가는 속도도 무섭다. 공연을 1달여 앞두고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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