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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철수, 봄바람은…, 2014, 종이에 목판, 41x40cm |
충북 제천에서 29년째 거주하는 판화가 이철수(61)씨는 최근 3년간 원불교 경전 대종경을 곱씹으며 그 뜻과 자신의 생각을 목판에 새겼다. 최근 서울에서 만난 그는 “누구나 평화롭게 자기 존재를 잘 살아가고픈데 현실은 그렇게 내버려 두지 않는다. 여기 봐도 답이 없고, 저기 봐도 답이 없는 갑갑한 시대”라고 꼬집었다. 국내 4대 종교 중 하나로 1916년 소태산 박중빈 대종사가 창시한 원불교는 올해 원기(圓紀) 100년을 맞았다. 이를 기념하고 대중에 가깝게 다가가기 위해 창교자의 어록이 담긴 경전 대종경 판화 작업을 이철수 씨에게 맡긴 것이다.
이 씨는 3년간 작업한 205점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 ‘네가 그 봄꽃 소식 해라’는 제목으로 연다. 같은 제목의 신간도 문학동네에서 최근 나왔다. “원불교 경전을 찬찬히 읽어 보니 언어가 너무 쉽고, 자극적인 느낌이 없었어요. 푹 익은 고구마 같았죠.”
경전에서 싸움거리나 이야기거리가 없다 보니 말을 이미지화하는 작업이 쉽지 않았다는 것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내게 이로운 것이 남에게도 이롭게’라는 ‘자리이타(自利利他)를 새길 때는 함께 타는 자전거 그림을 목판에 팠다. 가장 인상 깊은 어록을 묻자 ‘큰 도(道)’에 대한 경전 일화를 소개했다. 제자 중 한 명이 박중빈에게 “무엇이 큰 도(道) 입니까”를 물었다. “세상 모든 사람이 행할 수 있는 도는 큰 도고, 소수만이 행할 수 있는 도는 작은 도”라는 답이 돌아왔다.
원불교의 개교 표어인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를 적은 판화도 눈길을 끈다. 그는 화두를 들고 수행하는 선불교 계열의 선화(禪畵)작업을 한 적이 있다. 생전 법정스님이 그에게 “요즘 왜 선화를 안 그리냐”는 지적에 “안 팔려요”라고 퉁명스럽게 말했던 그. 그는 “당시 스님이 ‘세상이 몰라줘도 많이 그려놓고 죽으라’고 하셨다”며 잠시 회한에 젖었다. “선불교는 심하면 정신적 무협지를 보는 것 같아요. 일반인들이 함께 하기가 어렵지요. 반면 원불교는 평범한 모든 사람들이 접근할 수 있어요.”
그는 1980년대 초반 원불교 교당에 다녔던 부인을 따라다닌 인연이 있다. 판화가라는 타이틀 앞에 ‘민중’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던 그다. “우리 사회에는 이미 망가져버린 진보와 보수가
세종문화회관 전시는 11월3일까지. 이후 연말까지 대구 와 광주, 익산, 부산으로 이어진다.
[이향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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