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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놈이다’(윤준형 감독)는 굿, 점술 등 토속신앙을 소재로 하는 한국형 미스터리 스릴러다. 샤머니즘의 언어로 범인을 추리하는데 음산한 분위기가 선사하는 공포가 제법 강렬하다. 배우 주원(28)은 여동생의 죽음을 파헤치는 바닷가 청년 장우역을 맡았다.
“무당, 굿, 빙의 같은 한국적인 요소가 흥미로웠어요. 누구는 미신이라고 하지만, 우리 민족의 정서로 이해할 수 있는 주제라고 생각해요. 점괘가 그대로 맞아 떨어졌을 때의 공포감 있잖아요. 한국인이 가장 잘 만들 수 있는 스릴러죠.”
21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난 그는 얇은 티셔츠 차림이었다. 탄탄하게 근육잡힌 몸이 드러났다. 거뭇한 피부에 군살이 보이던 스크린 속 장우의 모습과 대비됐다. 그는 밑바닥 인생을 표현하기 위해 8kg를 찌웠다고 했다.
“얼음공장에서 일하는 장우는 삶의 방식이 거칠죠. 배운 것은 없지만 직감을 믿고 범인을 찾아 나서요. 간절한 소망에 따라 돌진하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위해 처절하게 매달리는 모습은 저와 닮았어요.”
곱상한 엘리트 미소년의 이미지가 강했던 그는 “30대를 앞둔 시점에서 변화를 주고 싶었다. 내 안의 ‘상남자’를 꺼내게 만든 작품”이라고 했다.
서울 태생인 그는 부산 사투리 연기에 도전했다. 사투리 연습이 3달째 됐을 때 포기하고 싶은 유혹도 느꼈다. 24시간 사투리로 생활하던 중 “이제 좀 그럴듯하다”는 부산 출신 스텝들의 칭찬을 들었을 때 뿌듯했다고. 함께 호흡을 맞춘 유해진을 보고 자극도 많이 받았다.
“선배는 아이디어가 많아요. 참 섬세한 배우다 싶었죠. 작품에 애정이 각별한 점이 인상적이고 존경스러웠어요.”
2010년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로 데뷔한 그는 ‘각시탈’ ‘굿 닥터’에 이어 최근 종영한 ‘용팔이’까지 쉬지 않고 달려왔다. “쉬면 뭐하냐”는 생각에서다. 그런 워커홀릭에게 최근 고민이 생겼다. 내년 말 계획된 군 입대다.
“전 안갈 줄 알았어요. 내가 가는 날이 올까싶었는데 슬슬 다가오네요. 군대 있는 동안 저를 잊는 사람도 있고 기억하는 분도 있겠지만, 처음부터 시작하는 마음으로 재미있게 연기할 자신 있어
기독교인인 그는 얼마전 영화 홍보를 위한 행사로 타로 카드 점을 봤다. 마지막 카드가 ‘왕’ 그림이었다. 미신을 안 믿는 그이지만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드라마 흥행은 불패지만 영화는 참패해온 그가 스크린에서도 홈런을 날릴까. ‘그놈이다’는 28일 개봉한다.
[이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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